군인권센터가 지난 8일 투신 사망한 23사단 A 일병이 부대 안에서 지속적인 인권침해를 당해왔다며 그가 북한 목선 경계 실패로 인한 부담감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12일 “A 일병이 근무하던 소초는 오래 전부터 부대장의 묵인과 방조로 인해 병영 부조리가 만연한 곳이었다”며 “특히 부소초장은 근무 중 실수가 발생할 때마다 A 일병을 괴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19일 부소초장은 자신의 질문에 A 일병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꼽냐? 야 XX 빨리 꺼져”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지난달 29일에는 업무상 실수를 저지른 A 일병에게 심한 욕설을 하다가 의자와 사무용 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A 일병은 이 소초에 투입된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동료 병사들에게 “힘들다” “상황병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 “죽고싶다, 부소초장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A 일병이 주로 소초 ‘전반야 근무’(오후 2시~오후 10시)를 맡는 등 근무 편성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다고 전했다. 전반야 근무는 개인 시간을 보장받기 어렵고 이같은 근무 편성이 반복됐지만 소초장과 중대장은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A 일병이 사망 즈음에 선임병들과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센터는 “A 일병은 연기된 휴가와 예정된 연가를 사용했는데 상황병 대리근무를 맡았던 선임이 화를 냈다”고 했다.
센터는 이제 군 생활을 막 시작한 A 일병이 통상 경계 작전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충분한 상·병장이 맡는 ‘상황병’을 맡은 점에 대해서도 “해당 소초가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센터는 “북한 목선과 관련해 해당 소초가 조사를 받았지만 상황병 조사는 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이 부대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가 마치 목선 경계 실패로 인한 책임을 떠안고 사망했다는 식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국방부가 사건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망 원인이 ‘피해자 개인에게 있다’는 식의 그림을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방부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 일병은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연가 및 위로 휴가를 사용했다. 이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정기휴가를 받았다. 부대 복귀를 이틀 앞둔 8일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한 A 일병은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숨졌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