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측, 검찰 추가 의견서 반박할 시간 없어” 안태근 2심 선고 연기

입력 2019-07-11 15:30 수정 2019-07-11 16:11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

서지현 검사에게 불합리한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의 2심 선고가 일주일 연기됐다. 안 전 국장 측이 검찰의 추가 의견서를 뒤늦게 받아 반박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1일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국장의 선고공판을 오는 18일 오후 2시10분으로 연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검찰 추가 의견서를 제대로 보지 못해 반박을 못했다고 한다”며 “오늘 굳이 선고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 만큼 선고를 일주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지난 8일 재판부에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안 전 국장 측 변호인은 “사흘 전 검찰이 추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전날 뒤늦게 받아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며 “검찰 측 주장을 저희가 지금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10월 30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이를 덮기 위해 2014년 4월 정기사무감사와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 단계에서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7년) 만료로 제외됐고, 검사 인사를 총괄하는 ‘검찰국장’ 직위에 있었던 안 전 국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안 전 국장은 공판 과정에서 “당시 만취한 상태였고, 성추행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 검사가 누군지도 몰랐고, 그렇기 때문에 서 검사를 특정해 인사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당시 성추행 정황에 대한 서 검사의 구체적 진술 내용, 당시 상황을 직·간접으로 보고들은 검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안 전 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검사 중 한 명은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서 검사의 몸에 약간의 터치를 했는데 ‘아슬아슬하다. 더 가면 사고 나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서 검사가 그런 터치가 있을 때마다 불편해보였고 굉장히 신경을 쓰면서 몸을 움츠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

아울러 재판부는 당시 검찰 내부 감찰이 진행되면서 서 검사에 대한 안 전 국장의 성추행 소문이 검찰 내부에 널리 알려진 점을 감안할 때 안 전 국장이 자신의 행위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검찰 인사의 관행에 비춰볼 때 여주지청에서 근무했던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 검사는 부치지청(지방 소도시 단위에 있는 검찰청)에서 연속 근무해 검찰인사 제도에 따른 우대 조치 대상이었는데도 본인 희망과 무관한 곳으로 발령해 검찰 인사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안 전 국장 측은 1심에서 서 검사가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사실을 인사 불이익 이유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3~2015년 서 검사처럼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평검사 중 2015년 하반기 인사에서 부치지청에 배치된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검사가 2012년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고, 2012·2013년 대검 우수사례로 4차례 선정되는 등 우수한 실적을 올린 점은 긍정적 요소로 참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