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서 연일 부정적 메시지…“불매운동은 비열” “한국은 가상적국”

입력 2019-07-11 15:23 수정 2019-07-11 16:01
일본제품 불매운동 포스터. 트위터.

일본 언론에서 9·10일 이틀 연속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부정적 내용들이 보도됐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불매운동은 비열한 행위’라거나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가 한국을 가상적국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일본의 극우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은 10일자 서울발 기사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에 반발해 한국 내 일부 소매점은 일본 제품 취급 거부를 선언했고 인터넷상엔 ‘일본 여행 취소’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하며 이를 “비열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산케이는 SNS상에 올라온 쓰레기통에 버려진 일제 문구류나 화장품 사진 등을 사례로 들며 설명했다. 또 “토요타·혼다 등 일본산 자동차 이용자 커뮤니티엔 ‘차체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매국노’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는 등의 피해사례도 소개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500㎖ 캔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아사히 맥주가 한국산 맥주에 선두를 내준 매장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 내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일본산 맥주의 매출이 줄어들고 국내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매출이 올라가는 현상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산케이는 “그러나 이런 ‘비열한 행위’에 대해선 한국 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일본 제품은 생활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 불매운동을 싸늘하게 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의 경제·과학전문기자 기시로 야스유키(木代泰之)는 아사히신문이 운영하는 시사 웹진 ‘론자’(論座)에 9일 칼럼을 게재하고 “일본 정부는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반년여 전부터 100개 이상의 첨단제품 리스트를 작성해 어느 것의 수출을 규제하면 한국에 최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지를 조사해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에 수출된 품목이 군사적으로 전용되거나 최종 수요자가 아닌 제3자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기시로는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번 조치는 ‘준(準)동맹국’ ‘안보우방국’이었던 한국을 ‘안보우려국’ 또는 중국과 같은 ‘가상적국’으로 취급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기시로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지난달 28~29일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 직후인 지난 1일 발표되고, 참의원(상원)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일에 발동된 것에도 주목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G20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촉을 피한 것도 사전 통보 없이 불시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며 “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강한 일본’ ‘결정하는 정당’이라는 인상을 주기에도 절호의 타이밍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인 플루오르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3종을 한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해 ‘일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불매운동의 효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편의점·마트 등지에서 일본산 맥주의 판매가 감소하는가 하면 일제 문구류의 매출이 줄고 ‘모나미’의 판매가 급증했다. 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전국 19세 이상 501명 대상)에 따르면 ‘일제 불매운동에 현재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48.0%로 나타났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