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츠리게 하는 오싹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듯 각양각색의 공포 영화들이 스크린을 두드린다. 단순히 악령이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하는 일차원적 방식이 아니라, 특별한 상황 설정을 통해 공포심을 빚어내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은 커진다.
포문을 연 작품은 ‘미드소마’다. 11일 개봉한 영화는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이어지는 한여름 미드소마 축제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지난해 화제작 ‘유전’을 만든 아리 애스터 감독의 신작인데, ‘유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영화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큰 상실을 겪은 대니(플로렌스 퓨)가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과 스웨덴의 비밀스러운 한 마을에서 한여름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하지 축제에 참석했다 기이한 경험에 빠져드는 내용. 시종 밝고 아름다운 배경과 목가적인 분위기는 기존 음산한 공포영화들과의 차별성을 갖게 한다.
오는 17일 공개되는 ‘사일런스’는 소리에 민감한 정체불명 괴물의 공격에 맞서는 가족의 이야기다. 사고로 청력을 잃었으나 다른 오감이 발달한 소녀 앨리(키에넌 시프카)가 중심이 되어 생존을 위한 사투를 이어간다. 호러 베스트셀러 작가 팀 레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14년 국내 개봉 공포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애나벨’의 존 R. 레오네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사일런스’는 장르 영화이자 가족 드라마”라며 “스토리의 중심에 앨리와 그의 가족이 있고, 재앙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사투와 서로를 위하는 그들의 사랑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사일런스’와 같은 날 개봉하는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늦은 밤 극장을 찾은 다섯 명의 낯선 사람들이 스크린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의 끔찍한 악몽과 마주하게 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호러 영화다. 총 다섯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색깔이 뚜렷하다.
캠핑을 갔다 괴생명체에게 쫓기게 된 젊은이들의 사투를 그린 ‘숲속의 괴물’, 기괴한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미라리 클리닉’, 투신 사고가 발생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마솃’, 환각을 보는 두 아이의 엄마가 주인공인 ‘Egress로 가는 길’, 부모를 살해한 사이코패스에게 쫓기는 소년의 이야기 ‘죽음’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