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과 중국 견제를 위해선 한·미·일 ‘3각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한·일 갈등은 악재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 없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금 더 관망하다가 한·일 관계가 걷잡을 수 정도로 훼손될 경우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북한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일 3국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자 친구”라면서 “북한 문제 등 역내 도전 과제들과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의 다른 우선 순위 사안들에 직면해 한·미·일 간 강하고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미·일은 북한 비핵화 압박에 여전히 단합돼 있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3국 간 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일 간의 역사 문제를 잘 알고 있어 이번 갈등을 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관세 등 무역 문제를 고리로 상대국을 압박했던 터라 수출규제라는 무기를 꺼낸 일본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미국 내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변수다. 기업들에게 정치 자문을 하는 유라시아 그룹의 스콧 시먼 아시아 국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북핵 등 역내 위협에 대한 한·일 공조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악화가 장기화되거나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될 경우 어쩔 수 없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문제 해결에도 한·미·일 공조가 절실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 한·일 관계 악화를 이용해 세력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김희상 외교부 양자 경제외교 국장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각각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외교전을 펼칠 계획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