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극단적 선택 A일병, 지난 4월 간부 질책 받았다”

입력 2019-07-09 16:02 수정 2019-07-09 16:24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을 식별하지 못했던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이 스스로 한강에 몸을 던져 숨졌다. A일병은 목선 입항귀순 당시 해안경계 허점을 드러낸 23사단 소속이었지만, 군과 경찰은 현재까지 목선 사건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A일병은 지난 4월 부대 간부로부터 ‘업무 미숙’을 이유로 질책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육군에 따르면 23사단 소속 A일병(21)은 8일 오후 8시58분쯤 서울 원효대교에서 한강에 투신했다. 원효대교 인근 유람선에 있던 시민이 물에 빠진 A일병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일병은 여의도 한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A일병은 휴가 복귀를 하루 앞두고 있었다. A일병은 북한 목선 입항 7일 뒤인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연가 및 위로휴가를 다녀왔다. 28일 부대에 복귀한 뒤 다시 7월 1~9일 정기휴가를 떠난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A일병은 소초 상황병으로 복무했기 때문에 북한 목선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왔다. A일병은 소초에서 상황일지를 작성하고 상황 발생 때 간부들에게 보고하는 임무 등을 맡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9일 북한 목선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일병은 삼척항 인근 해안 소초 상황실에서 근무했지만 북한 목선이 입항했을 때인 지난달 15일 오전에는 상황 근무를 하지 않았다. A일병은 목선 입항 당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근무했으며, 해안감시레이더를 운용하는 병사도 아니었다. 군 관계자는 “A일병은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과 국방부 합동조사단 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A일병은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A일병은 지난 4월 소초 근무를 시작한 후 간부로부터 ‘업무 미숙’을 이유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목선 입항 이후까지 이런 질책이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8군단 헌병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일병 휴대전화 메모장에서는 ‘유서’라는 제목의 3쪽 분량 글이 발견됐다. 글에는 “집에 편하게 있다가 남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는 내용이 적혔다. 경찰 관계자는 “A일병이 남긴 글에 목선 관련 내용은 없었다”며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글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북한 목선 입항 당시 경계실패 책임을 물어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김경택 조효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