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이 친일재산이라고 한 보도는 허위 사실이기 때문에 삭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남이섬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민병도 전 한국은행 총재가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부장판사 김병철)는 주식회사 남이섬이 주간지 A사를 상대로 낸 기사 삭제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고 6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A사는 확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웹사이트에 게재된 지난 2015년 9월 21일에 보도한 ‘친일재산에 휩싸인 국민 관광지(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245’) 기사와 2016년 8월 10일 자 ‘유명 관광지에 뿌리박힌 친일의 잔재들’(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505) 기사에 나오는 친일재산 언급 부분 중 일부를 삭제해야 한다.
해당 보도에 문제가 된 부분은 “남이섬은 친일파 민영휘 후손들이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친일 행적으로 쌓은 재산으로 매입했다는 심증이 충분하더라도 우리나라 현행법상 그것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의 문구다.
남이섬 측은 지난해 “주식회사 남이섬을 설립한 민병도는 친일행위자인 민영휘 손자이기는 하지만 민영휘로부터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으로 매수한 게 아니다”라며 “자신이 받은 급여 및 퇴직금 등을 모아 남이섬을 매수한 것이기 때문에 친일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민씨가 민영휘로부터 상속 내지는 증여받은 재산으로 남이섬을 매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이섬이 친일파 민영휘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으로 형성된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은 허위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사가 제출한 인터넷 기사나 인터넷 게시글만으로 민씨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인 민영휘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으로 남이섬을 매입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한 재판부는 민 전 총재가 축적한 재산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민 전 총재는 1965년 한국은행 총재직에서 퇴임할 때까지 25년간 금융기관에서 종사했다. 1972년 당시 남이섬 매입가격이 1610만원도로 추정되며 이를 지난해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6억1105만원 정도다. 재판부는 민 전 총재가 사회적 경력과 이에 수반해 축적됐을 것으로 보이는 자력을 고려하면 민 전 총재가 구입 가능했을 금액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기사화 된 부분 중 ‘남이섬은 친일파인 민영휘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으로 형성된 친일재산임에도 그 소유자가 법인화돼 현행법상 국가에 귀속시킬 수 없다’는 내용에 대해 남이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시사가 사이트에 계속 게재돼 있음으로 인해 남이섬의 명예에 대한 침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반면 재판부는 “친일파 민영휘 후손들이 남이섬을 소유한 주식회사 남이섬의 다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만으로 남이섬이 친일파 민영휘 후손들이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으로 형성한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이 곧바로 유추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삭제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해당 문구들의 내용은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 사회통념상 남이섬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