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로 학비 받는 나이지리아 학교

입력 2019-06-28 11:01 수정 2019-06-28 11:04
오리올라 올리와세이(32)가 학교 선생님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출하고 있다. CNN 캡처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한 학교는 페트병으로 학비를 받는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부모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거주하는 오리올라 올리와세이(32)는 차량 엔진 오일을 파는 상인이다. 아이가 넷인 그는 아무리 일을 해도 생활비가 부족하다. 연 1만8000나이라(한화 약 5만7000원)에 달하는 학비는 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올리와세이는 CNN에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생활비가 부족해질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올리와세이의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에서 비정부기구 ‘아프리카 청소 계획(ACI)’과 협약을 맺으면서 학비를 대신해 페트병을 받기 시작했다. ACI는 학비 지불이 어려운 저소득 가정이 페트병을 모아 제출하면 학비로 인정해주는 ‘재활용 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올리와세이는 두 달에 한번씩 딸이 다니는 학교에 찾아가 플라스틱 재활용품 더미를 제출한다.

페트병 무게에 따라 값이 매겨진다. 플라스틱 재활용품 200㎏을 제출하면 4000나이라(한화 약 1만2800원)로 환산돼 한 학기 등록금 7500나이라(한화 약 2만4000원)의 절반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

올리와세이는 “지난해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소개해줘 시작하게 됐다”며 “학비 부담을 던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책가방, 새 신발, 책까지 사줄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라고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라고스 해안에는 매년 45만 M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다.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나이지리아는 플라스틱 오염국가 11위로 알려져 있다.

ACI 창립자 알렉산더 아키베(42). CNN 캡처

ACI 창립자 알렉산더 아키베(42)는 “재활용 페이로 나이지리아의 환경·기후 문제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CNN에 밝혔다.

지금까지 ACI는 라고스의 5개 학교에 재활용 페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키베는 “나이지리아의 개탄스러운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플라스틱 쓰레기로 학비를 내게 해 부모를 독려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고 전했다.

부모들이 전달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류되고 압축돼 재활용에 사용되고 있다. 아키베는 “재활용 업체와 협업해 모든 쓰레기들이 재활용품으로 재탄생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