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 K리그가 아시아 강호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토너먼트 대진표에서 K리그 소속 팀은 찾아볼 수 없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16강에서 동반 탈락하며 2017년에 이어 2번째로 8강 문턱에서 전멸의 수모를 겪었다.
울산은 26일 오후 8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일본 우라와 레즈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0대 3으로 대패했다. 지난 19일 사이타마에서 열린 원정 1차전에서 2대 1 승리를 거두며 점했던 유리한 고지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상주 상무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17라운드 경기를 연기하는 등 총력전을 예고했지만, 3골을 빼앗기는 동안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하며 결국 짐을 쌌다.
김도훈 감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정 다득점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안방에서 참패했다. 김 감독은 “상대방에게 점유율을 많이 빼앗긴 것이 패인”이라면서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 경기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우라와가 우리의 공간을 잘 공략했다고 본다”며 고개를 숙였다. 들고나온 패가 우라와의 분석에 완전히 읽혔음을 시인한 것이다.
전북 역시 탈락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중국 상하이 상강과의 대회 16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3대 5로 패했다. 전·후반, 연장에서 1대 1로 비겨 1·2차전 합계 2대 2로 승부를 내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지난 19일 상하이 원정 1차전에서는 1대1로 비겼다.
전북은 2016년 이후 3년 만에 통산 3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했지만 상하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베테랑 이동국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안방에서 울게 됐다. 김상식 코치는 “질 수 없는 경기를 졌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최근 K리그의 챔피언스리그 약세는 뚜렷하다. 2016년 전북 현대의 우승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결승과 인연을 맺은 K리그 소속팀은 없었다. 2017년과 올 시즌은 아예 8강 진출팀이 배출되지 않아 충격을 더했다. 2년 연속 아시아 클럽대항전 정상에 선 일본 J리그는 울산을 꺾은 우라와 레즈를 비롯해 가시마 앤틀러스가 8강 합류에 성공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