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아전인수격 생억지” 대화 복귀 촉구한 文대통령 비난

입력 2019-06-27 10:03 수정 2019-06-27 10:2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북한 대남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의회 연설을 두고 “아전인수격 생억지”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현재의 남북 및 북·미 대화 교착 상황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려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민족끼리는 ‘비난을 면해보려는 궁색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얼마 전 남조선 당국자가 북유럽을 행각하는 과정에 이러저러한 동에 닿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북남관계, 조·미 관계가 교착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마치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름 아닌 역사적인 북남 선언들에 직접 서명을 한 남조선 당국자의 입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나온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현 사태를 놓고 진짜 책임을 느껴야 할 당사자는 다름 아닌 남조선 당국자”라며 “말로는 북남선언들의 이행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면서 북남관계의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남조선 당국자’라고만 지칭하며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

매체는 또 “세계의 수많은 사람 앞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은 남조선 당국자의 발언을 굳이 평한다면 현실에 대한 맹목과 주관으로 일관된 편견이고 결과를 낳은 엄연한 과정도 무시한 아전인수격의 생억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의 비정상적인 사태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그에 동조하는 남조선 당국의 우유부단한 행태에 의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인정하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강변했다.

북한 매체의 이런 언급은 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중이던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조속한 대화 복귀를 촉구한 데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다.

문 대통령은 26일 국내외 7개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현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의지를 분명히 확신하도록 하려면 북한이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북한을 향해 대화 복귀를 주문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4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발언한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행보를 비난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