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부실 수사’ 경찰서 게시판에 비난글 쇄도

입력 2019-06-26 20:05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여)에 대한 경찰 수사의 부실함을 비판하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여)에 대한 경찰수사의 부실함을 비판하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제주동부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징계 및 파면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담당 경찰은 수사의 기본인 범죄현장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폴리스 라인을 치지 않은 것은 물론 범죄현장 청소까지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주변 CCTV조차 유가족이 찾아줬으며, 범행 당일 시신으로 유추할 수 있는 쓰레기봉투를 유기하는 장면이 담긴 CCTV는 유가족에게조차 밝히지 않았고, 피의자 조리돌림을 우려해 현장검증 조차 실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판의 글은 제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도 쇄도하고 있다.
게시글에는 수사 지휘관인 박기남 동부경찰서장을 향한 내용도 담겨 있다.

한 작성자는 ‘고유정 관련 폴리스 라인을 치지 않아서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은 점 칭찬합니다’, ‘현장검증을 하지 않아 고유정이 야만적인 조리돌림을 하지 않도록 한 점 정말 칭찬합니다’라고 경찰의 고유정 수사를 돌려서 비판했다.

고유정 사건 초동 수사를 맡았던 제주동부서 소속 경찰관 5명의 공동명의로 올라온 경찰 내부 통신망 ‘폴넷’의 입장문에 담겨있는 ‘현대판 조리돌림’을 겨냥한 내용도 있다.

다른 작성자는 ‘박기남경찰서장님 박애주의 칭찬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피의자의 조리돌림까지 걱정하는 서장님의 인도주의적 배려심에 감동 감동 또 감동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밝혔다.

해당 입장문에는 “피의자가 범행 동기에 대해 허위 진술로 일관하고 있었고, 굳이 현장 검증을 하지 않더라도 범죄입증에 필요한 DNA,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현장검증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부분적이지만 경찰에 대한 응원도 있다. ‘제주경찰님, 저는 믿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비록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비판을 다 받고 계시지만, 저는 잘해주시리라 믿고 있다”며 “피해자 사체를 부디 찾아서 고씨가 자기 죄에 맞는 벌을 받을 수 있게 힘써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동부서 관계자는 “해당 게시판에 관련 글들이 올라와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게시판 성격상 자유롭게 의견을 쓸 수 있어 별다른 답변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내달 1일쯤 고씨를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이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