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해외여행은 환전에서 시작한다

입력 2019-06-26 14:06 수정 2019-06-27 14:18
은행권 ‘비대면 환전상품’ 불꽃 경쟁
집까지 외화 배달해주고 환율우대도

경기도 성남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최모(35·여)씨는 지난달 환전을 하러 병원 내 은행 영업점을 찾았다가 특이한 경험을 했다. 여름휴가 때 미국에 갈 생각이라 “원화를 미국 달러화(USD)로 환전하고 싶다”고 문의했더니 은행 직원은 “휴대전화로 신청해 드리겠다”며 대뜸 스마트폰을 달라고 했다. 이 직원은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5분도 안 돼 환전 신청을 끝냈다. 최씨는 “알고 보니 앱으로 환전을 신청해야 환율우대를 더 받고 사은품 이벤트에도 응모할 수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굳이 (은행 영업점에) 올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은행권에서 비대면 환전 이벤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모바일뱅킹 앱으로 환전하면 주요 3개국 통화(미국 달러화, 엔화, 유로화)를 100%까지 환율우대해주는가 하면 집 앞으로 외화를 배달해주기도 한다. 토스,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기업들이 환전시장에 뛰어들자 기존 은행들이 차별화 이벤트로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환율우대는 은행이 고객에게 환전해 줄 때 붙이는 수수료를 일정 수준 깎아주는 것이다. 은행이 1달러를 1000원에 구해왔다면 1000원을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붙여 고객에게 환전해준다. 각 은행의 일반 영업점(인천공항점 제외) 환전 수수료율은 26일 기준으로 1.5~1.75%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다음 달까지 모바일뱅킹 앱 ‘리브(Liiv)’로 환전하면 주요 통화를 최대 90% 환율우대해주는 ‘Let’s KB환전! 페스티벌’ 이벤트를 열고 있다. 외화를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는 ‘KB-POST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달 30일까지 배달수수료를 면제한다. 처음 이용한 고객에겐 환전 시 100%까지 환율우대를 해준다. 환전부터 배달까지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쏠(SOL)’에서 환전하면 다음 달까지 최대 90% 환율우대해주는 ‘2019 섬머 드림(Summer Dream) 환전 페스티벌’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까지 모바일뱅킹 앱 ‘위비뱅크’에서 환전하면 90% 환율우대를 해주고, 추첨을 통해 경품도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아이원(i-ONE)뱅크’로 환전하면 90%까지 환율우대해준다. 환전할 통화와 목표 환율을 설정하면 조건 만족 시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환율 PICK’ 서비스도 갖췄다. NH농협은행도 오는 30일까지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로 환전하고 후기를 작성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NH멤버스포인트와 경품을 준다.

은행권에서 비대면 환전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수수료 수익보다 모바일뱅킹 앱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스나 네이버페이가 환율우대 100% 조건으로 환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각종 이벤트나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비대면 환전 실적이 저조한 것도 경쟁 과열에 한몫을 한다. 한 은행의 경우 지난해 비대면 환전 건수가 전년 대비 13%가량 줄었다. 올해 1~4월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그나마 증가세를 이어간 다른 은행 역시 지난해 5월 대비 지난달 비대면 환전 건수는 1.4% 느는데 그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