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두 총장’…조선대 내홍 장기화 국면

입력 2019-06-24 14:13 수정 2019-06-24 14:32

‘총장 업무 복귀’ VS ‘새 총장 선출’

3개월 전 이사회에서 해임 의결된 총장이 우여곡절을 거쳐 업무 복귀에 나선 조선대가 깊은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최초의 민립대학으로 문을 연 이 대학은 역시 첫 공립대학 전환과 자율개선대학 진입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율개선대학은 교육부가 평가하는 대학역량진단평가 4가지 유형 가운데 가장 상위 등급이다.

사실상 대학등급으로 여겨지는 진단평가 4가지 유형은 자율개선, 역량강화, 재정지원제한1, 2로 분류된다.

조선대는 지난해 예상을 깨고 신입생 정원을 일정 비율 감축해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으로 전락해 이사회가 직위해제에 이은 강동원 총장 해임을 결정한 주요 원인이 됐다.

‘고진감래’가 될까.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해임 취소 결정을 이끌어낸 강동원 조선대 총장은 24일 총장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조선대 본관 앞에서 개최된 이 회견에서 “업무에 복귀해 법과 원칙, 제도에 따라 총장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과거 부족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해 체계적이고 합리적 리더십으로 대한민국 최초 민립대학의 위상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내년 8월까지 임기이던 강 총장은 작심한 듯 “현 임시 이사회 임기만료 3개월 전까지 공영형 이사제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사회에 날을 세운 이 발언은 공립대학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강 총장은 기자회견 장소를 언론에 예고한 총장실이 아닌 본관 앞으로 급히 변경해야 했다.

대학 운영본부 측이 강 총장의 총장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총장실 사용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날 대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강동원 이사회 해임 총장의 기자회견 장소가 타의로 바뀐 것처럼 강 총장의 앞날은 상당기간 험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총장은 지난해 교육부 평가 직후 155억 원의 재정을 감축하고 인건비와 인력 10%를 줄이는 고강도 혁신안을 내놓았으나 퇴진여론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전국 대학 최고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교직원 등의 ‘총예산대비 인건비 비율’을 47.24%에서 40.56%로 낮추겠다는 긴급처방을 내놓았지만 ‘만시지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 총장의 업무 복귀 선언에 대해 대학 측은 ‘강 전 총장은 치대교수 중 한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비록 그가 법인 이사회의 해임 처분을 뒤엎은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 결정을 받아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국·공립 대학과 달리 사립학교는 교육부 소청심사위 결정에 따를 의무가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소청심사위 결정문이 도착하면 내용을 확인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 이사장이 소청심사위 결정에 불복해 정식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이사회 의결이 무조건 존중돼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강 총장 측은 “법인 이사회의 해임처분은 사립학교법, 교원지위 향상 및 활동 특별법에 따른 법적 행정처분에 불과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 결정 관련 가처분 신청 등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교육부의 결정 효력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예전과 달리 강 총장에게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여론도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총장권한의 회복 여부를 둘러싼 이 같은 양측의 첨예한 법리 해석에 따라 조선대의 진로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선 이사회는 오는 9월29일 개교 73주년 기념일 이전에 새 총장을 선출하겠다는 확고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는 앞서 오는 8월10일까지 교수평의회의 복귀를 전제로 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와 혁신위원회 등의 참여 속에 차기 총장 선출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교수평의회와 직원노조, 총학생회, 총동창회가 소속된 대자협은 ‘주인 없는 대학’으로 불리는 조선대의 사실상 최고 의결기구지만 교수평의회가 지난해 11월 탈퇴해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사회는 현재 완전 직선제를 보완한 수정 직선제와 추대, 배심원제 도입 등을 내부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총장선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2016년의 총장 선거의 경우 교수 76%, 정규직 직원 13%, 총학 7%, 총동창회 3% 비율로 선거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조선대는 사법기관의 확정판결이 내려지거나 내부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자칫 ‘한 대학 두 총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조선대가 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공립대 전환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자율개선대학 진입도 당분간 구심점을 잃게 될 개연성이 커졌다.

조선대 법인 이사회는 대학이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역량강화 대학으로 분류된 책임 등을 물어 2차례 직위해제를 거쳐 지난 3월 28일 강 총장을 해임했다.

미군정이 유지되던 1946년 9월 문을 연 조선대는 전례 없는 민립대학이다. 광주·전남 지역민 7만2000여명이 ‘인재 양성’을 해달라며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설립됐다.

현재 재학생 2만여 명, 졸업생만 25만 명을 배출한 호남권 최대 사학으로 꼽힌다.

홍성금 총장 직무대리는 “교수와 직원, 학생, 동창회 등 총장 선출권한의 내부 비율 조정, 간접 선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원만한 절차를 거쳐 총의를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