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점 3.29, 토익 925. 이 분이 황교안 아들입니다”

입력 2019-06-22 09:40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황교안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연세대 법대에 학점 3.29, 토익 925점. 이 분이 황교안 아들입니다.”
한 네티즌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숙명여대에서 한 특강을 비판하며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황 대표가 자신의 아들이 ‘스펙’이 없음에도 대기업에 합격했다며 말한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당시 황 대표는 “3점도 안되는 학점에 (영어시험) 800점 정도로 다른 스펙 없이 졸업했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한 5곳에선 전부 최종 합격했다”며 “이 청년이 제 아들”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은 학점이나 토익 등이 부족했음에도 입사 면접에서 고등학교 영자신문반 편집장, 인터넷을 통한 봉사활동, 대학 조기축구회 조직 등의 경험을 이야기해 좋은 평가를 받아 취업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스펙 쌓기’보다 자신만의 장점을 키우라는 취지의 조언도 더했다.

이후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3월 KT 새 노조가 황 대표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한 것이 재조명됐고 정의당은 KT 부정 채용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는 의심이 든다는 논평을 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당내에서도 황 대표 발언의 부적절함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들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2점대 학점에 낮은 토익 점수로 대기업 취업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특강이 있었던 대학의 게시판에는 ‘아빠가 황교안인 게 취업의 비밀'이라며 황 대표를 비꼬는 글이 올라왔고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황 대표는 21일 밤 11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황 대표는 “스펙 쌓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그런 마음에서 가볍게 아들 사례를 들었는데 여러 설왕설래가 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며 특강에서 얘기한 ‘스펙’을 정정했다.

자신의 특강 내용의 진의와 달리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황 대표는 “이야기하려 한 핵심은 비록 현재 점수나 스펙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시도해보면서 얼마든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꿈도 또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라며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것을 똑같이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실망하고 좌절하는 청년들이 많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발언의 경위를 해명했다.

황 대표는 “아들 일화로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고 얘기 한 것인데 그것도 벌써 8년 전 얘기”라며 “청년들이 요즘 겪는 취업현실은 훨씬 더 힘들고 어려워졌다. 여러분을 끝까지 응원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마무리했다.

황 대표가 SNS로 해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더 나빠졌다.
한 네티즌은 “연세대 법대에 학점 3.29, 토익 925점. 그게 황교안 아들”이라며 황 대표의 특강 내용을 조롱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처음엔 흙수저의 성공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 황교안을 둔 금수저의 고스펙 이야기였다”며 푸념했다.

황 대표의 아들은 연세대 법학과 01학번으로 고시 준비를 하다 2012년 KT에 입사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