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정정용 감독과 함께 한국 U-20 축구대표팀에서 준우승을 이끈 결과다.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실력을 증명했다고 해도 당장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중용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강인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다니 파레호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9년째 발렌시아 소속으로 활약해온 파레호는 팀의 주장으로 팬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은 이강인이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전술적 이유도 있다. 발렌시아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은 후방에 무게 중심을 두는 수비적인 4-4-2 포메이션을 선호하고 있다. 수비적으로 웅크려 있다 발 빠른 측면 공격수들을 활용해 빠르게 전개되는 역습 상황에서 카운터를 치는 전술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시 상대 공격수의 일차적인 전진을 제한하기 위해 수비가담을 꾸준히 해야 한다. 신장 조건과 대인방어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는 이강인을 기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발렌시아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4위를 확보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유로파리그 4강에 올랐고,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굳이 특별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선수도, 전술도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강인을 원하는 클럽들은 출전시간을 ‘당근’으로 내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강인은 스페인 레반테와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임대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완전 이적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토랄 감독 전력 구상에 없는 이상 발렌시아가 적절한 제의를 받는다면 이강인을 놓아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은 8000만 유로(약 1070억원)다. 바이아웃은 타 구단이 명시된 이적료를 제시할 경우 소속팀 의사와 관계없이 곧바로 선수와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적에 필수조건이 아닌 만큼 발렌시아가 승낙하면 이강인의 몸값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