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집단체조 중단은 결국 시진핑 방북 때문?

입력 2019-06-20 11:05
북한 어린이들이 지난 7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공연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에서 중단된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가 재개된다고 미국 대북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RFA는 “복수의 여행사 관계자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인민의 나라가 오는 24일 재개된다’는 통보를 전화와 이메일로 받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 소재 여행사 ‘영파이오니어투어스’는 인민의 나라 공연 재개 소식을 알리면서 귀빈(VIP)석을 800유로(약 105만원), 1등석을 500유로(약 65만원), 2등석을 300유로(약 40만원), 3등석을 100유로(약 1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집단체조는 북한을 상징하는 고급 공연이다. 2002년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지금은 ‘인민의 나라’로 공연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주요 고객이다. 귀빈도 이 공연에 초대된다. 2005년 방북한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했다.

북한 악단이 지난 7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공연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의 고수(鼓手)가 지난 7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공연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의 체조단이 지난 7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공연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전하고 이례적으로 책임자를 불러 질책했다. 그 결과, 공연은 지난 10일부터 중단됐다. 출연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미흡한 대우로 공연의 질이 하락했고, 이를 바로잡을 목적으로 공연을 중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지국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와 인터뷰에서 “공연하는 아이들 가운데 지방에서 차출된 60%가량의 인원이 음식을 공급받지 못해 울면서 (집으로) 전화한다는 소식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의 나라는 2주 만에 재개된다. 이날부터 이틀간 방북하는 시 주석의 공연 관람 여부가 주목된다. 시 주석이 재개 시점보다 나흘 앞선 이날 저녁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인민의 나라를 함께 관람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인민의 나라 공연 중단은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 공을 들인 정황으로 설명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