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참 쉽다, 피해자는?” 감스트·외질혜 성희롱에 성난 네티즌들

입력 2019-06-19 16:56 수정 2019-06-19 17:55
뉴시스

인기 유튜버이자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 TV BJ인 감스트(본명 김인직)와 NS남순(본명 박현우), 외질혜(본명 전지혜)가 인터넷 생방송에서 한 여성 유튜버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유튜버들의 망언을 규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은 18일 아프리카TV 생방송에서 특정 여성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이름을 언급하며 성희롱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외질혜가 NS남순과 감스트에게 “여성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방송을 보고 XXX(자위행위를 뜻하는 비속어)를 한 적 있느냐”라고 질문했고 여기에 이들이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비난은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감스트와 외질혜는 즉시 사과했다. 감스트는 “자숙기간을 갖겠다”고 밝혔고, 외질혜는 “썩은 정신상태 반성 중”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왼쪽부터 BJ 외질혜, 감스트, 남순

하지만 즉각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그동안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언행 논란이 워낙 반복돼왔던 터라 “이런 방송을 했는데도 영구정지나 퇴출을 하지 않는 아프리카TV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뭐하는 곳인가” “사과 참 쉽다. 함부로 한 말 한마디가 피해자한테 계속 남는다” “자숙기간 갖겠다는 건 또 나오겠다는 말인가”라는 식의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성균관대 재학생 A씨(24)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젊은 세대를 상대로 방송을 하고 돈을 버는 만큼 책임감을 더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들은 그런 책임감을 가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메신저가 그대로 있으니 논란이 되는 메시지가 계속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맘카페에 “옛날에 우리 아들이 ‘응 아니야~’라고 말한 걸 들었다. 처음에는 비아냥대는 느낌이 있어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학교 전체에 퍼져있는 유행어라고 하더라”라며 “물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유행어 중에도 괜찮은 게 있다. 하지만 대체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이 많은 것 같다. 유튜브 산업이 커질수록 더 걱정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유튜브 산업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체를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유튜브 방송을 즐겨보는 김모(24)씨는 “성희롱 발언은 분명히 잘못됐다”면서도 “건전하고 멋진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도 많다. 문제의 발언을 한 유튜버들은 적당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매도하지 말자”고 말했다.


보겸 유튜브 캡쳐

네티즌들이 사과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발언 논란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외질혜의 남편이자 유튜브 구독자 12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TV의 인기 BJ 철구는 2017년 기초생활수급자 비하 발언과 5·18 민주화운동 폭동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보겸도 마찬가지다. 보겸이 사용하는 단어 ‘보이루’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에 ‘하이루’를 합친 여성 혐오라는 이유로 자주 비판받는다. 보겸은 ‘보이루’가 자신의 이름과 하이루를 합친 단어라고 반박했다. 보겸은 전 여자친구가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논란을 겪기도 했다.

나락즈 방송 캡쳐

커지는 논란은 역설적으로 이들의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10대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감스트 채널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37만 5000명, 외질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83만명에 육박한다. NS남순의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최근 9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이 게재하는 영상은 조회 수 10만명을 쉽게 넘긴다. 조회 수 100만명을 넘기는 영상도 종종 있다. 아프리카TV 생방송 시청자들까지 합하면 조회 수는 더 늘어난다.

그들의 언행은 순식간에 유행이 되고 실수도 즉각 논란으로 비화한다. 구독자 76만명을 거느린 ‘사나이 김기훈’의 유행어는 ‘버억’이다. ‘버억’은 김기훈이 음식을 먹을 때 내는 의성어다. 김기훈은 ’버억 콘테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버억 콘테스트’ 참가자 대부분은 학생들이었다. 구독자 2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구도 쉘리의 유행어 ‘아시겠어요?’와 구독자 328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보겸의 ‘이거 실화냐’는 밀레니얼 세대에 널리 퍼져있는 유행어다.

학생들은 이미 월 수입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6월부터 5주간 전국 초·중·고 1200개교 학생 2만72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초등학생들이 꼽은 희망 직업 5위에 올랐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