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외국인 타자들이 투수들에 비해 KBO리그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러나 입단 첫해부터, 또는 3년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말그대로 여권을 뺏고 싶은 선수들이다.
KBO리그 입문 1년차인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는 지난 16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이 소폭 하락한 0.363을 기록하며 NC 다이노스 양의지(32)에게 조금 뒤처졌다.
그러나 이 경기를 제외하면 페르난데스의 최근 안타 행보는 무서울 정도다. 최근 10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72경기 가운데 35게임에서 멀티안타를 쳐냈다. 거의 절반이다. 105안타다. 정확히 210개 페이스다.
홈런 10개, 2루타 22개를 때려내며 장타율 0.543을 기록하고 있다. 이보다 주목받는 부문은 삼진이다. 거포형 타자임에도 25개에 그치고 있다. 거의 3경기에 한개 꼴이다. 1위 박경수(35)가 66개다. 같은 팀 김재환(31)은 63개를 기록 중이다. 삼진을 얼마나 적게 당하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볼넷은 33개다. 삼진 당 볼넷 비율이 1.32다. 같은 팀 김재호의 1.52개에 이어 2위다. 그리고 좌우투수 구분없이 잘 때려낸다. 좌투수 0.354, 우투수 0.366이다. 외국인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언더핸드 투수에게도 0.381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약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KBO리그 2년차인 키움 히어로즈 제리 샌즈(32)도 타점왕 타이틀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67타점이다. 2위 그룹인 같은 팀 김하성(24)과 두산 김재환,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7)의 57타점과는 열 걸음 앞서 있다. 타율 0.306에다 홈런 12개로 재계약 잘한 외국인 타자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3년차인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29)는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255타수 81안타, 타율 0.318이다. 홈런 또한 11개나 된다. 45타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33)은 15개의 홈런으로 팀 동료 최정(32)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타율이 0.261로 낮고, 특히 득점권 타율은 0.225로 떨어져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남은 기간 로맥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