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하자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국가정보원 댓글수사 등으로 윤 지검장과 여러 차례 악연을 맺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황 대표는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윤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에 대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와 인사가 중요한데 그런 원칙이 좀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윤 후보자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악연은 6년 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수사팀에서 배제됐던 윤 후보자는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말하겠다”며 “일단 처음엔 격노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 내면 해라. 아, 이게 검사장님 모시고 이 사건 계속 끌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또 “중대 범죄이고 수사를 해야 한다는데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대해 그 지시에 따르면 안 되는 것이다. 위법한 지시는.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걸 어떻게 따르느냐”고 답했다. 이에 정갑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조직을 사랑하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자는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재차 “사랑하냐.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게 아니냐”라고 물었고 윤 후보자는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하는데 황교안 법무부장관하고도 관계가 있는 이야기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윤 후보자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폭로 이후 당시 황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후보자는 ‘항명 파동’으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듬해 1월 정기인사에서 대구고검으로, 2016년 1월에는 다시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황 대표가 장관과 국무총리 등의 자리를 거칠 때까지 그는 수사 일선에 복귀하지 못했다.
이후 윤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했다. 당시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 대표와 여러 차례 갈등했다. 2017년 2월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청와대 측의 불허로 좌절됐고 황 대표의 결정으로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요구도 거부됐다.
이런 악연을 의식한 듯 한국당은 윤 후보자 지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인 인사였다”며 “윤 지검장은 국정원의 댓글 수사와 관련해 외압 의혹 폭로로 스타 검사가 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고 한 민 대변인은 “그러던 그가 이제 검찰총장의 옷으로 갈아입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며 “청와대는 하명을 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러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지만 국회 보고서 채택도 없이 임명 강행된 인사가 15명이다. 그러니 기대난망”이라며 “윤 지검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당사자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