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당할 뻔했다는 말에 전화해…” 고유정 현 남편의 사과

입력 2019-06-18 06:01 수정 2019-06-18 10:11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시신을 유기한 직후 현 남편에게 “전 남편 강모(36)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 남편은 고씨의 말을 믿어 숨진 강씨의 친동생에게 전화해 “형을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겠다”며 화를 냈다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현 남편인 A씨(37)는 17일 중앙일보에 “고유정이 지난달 31일 새벽 전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문자를 보냈다”며 “당시 고유정의 말에 속아 청주에 도착한 다음 날 병원에 데려가서 손을 소독한 뒤 위로해주고 데이트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가 문자를 받은 시각은 고씨가 전 남편의 시신을 모두 인멸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남편을 살해한 뒤 경기도 김포 아파트로 이동해 31일 오전 3시까지 시신을 2차 훼손해 유기했다. 이후 고씨는 현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 셈이다.

고씨는 경찰로 송치된 현재까지도 전 남편 살해 동기에 대해 “펜션에서 성폭행을 하려 해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A씨는 또 “고유정이 병원에 다녀온 뒤 전 남편으로부터 온 카카오톡문자 내용을 보내줬는데 알고 보니 지난달 27일 자신이 자작했던 문자였다”고 했다. 이는 경찰 조사 결과 고씨가 범행 이틀 뒤 남편의 휴대전화로 “취업도 해야 하니 성폭행을 고소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자작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이 문자를 보고 전 남편의 친동생에게 전화해 ‘당신 형을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며 “동생분에게 화를 낸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날 A씨는 지난 3월 2일 오전 숨진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검 결과 아들 시신에 심폐소생술 흔적이 없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받았다는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아들의 죽음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응급구조만 10년인 베테랑 소방관인 A씨는 “내가 직접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경찰은 오로지 나의 과실치사만 의심했다 고유정은 단 15분만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또 본보에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이 작성한 구급활동 일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일지엔 부모가 아이를 눕혀 놓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A씨는 “아이 장례과정 동안 내가 경황이 없는 틈에 고유정이 이불 등을 모두 버렸다”며 “아이는 소량의 피를 흘린 것이 아니다. 많은 양의 피를 흘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는 청주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지난 13일 제주지검에 고씨가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제주지검은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기존에 수사를 담당했던 청주상당경찰서가 사건을 전담해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제주지검은 A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만 한 뒤 충북경찰, 청주지검과 수사결과를 공유하기로 했으며 청주상당경찰서는 오는 25일 형사들을 제주로 보내 고씨를 재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