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또 대표팀 악몽… 아르헨티나 패배에도 덤덤

입력 2019-06-17 15:41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16일 콜롬비아와의 2019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배한 직후 침울한 표정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

리오넬 메시의 대표팀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의 아픔을 뒤로한 채 남미축구 최강자 타이틀을 위해 나선 아르헨티나가 첫 단추를 제대로 잘못 끼웠다. 아르헨티나는 16일 2019 남미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에서 콜롬비아에 0대 2로 패했다. 아르헨티나가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한 것은 1979년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아르헨티나는 최정예로 나섰다. 메시와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투톱을 구성했고, 앙헬 디마리아가 뒤를 지원했다. 이 세 명의 공격수가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터트린 득점을 모두 합치면 정확히 100골이다. 신예들이 다수 포진된 터라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이 셋의 개인 기량으로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시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메시는 침묵했고, 아구에로와 디마리아는 부진을 거듭한 끝에 후반이 돼서 교체됐다.

완성되지 않은 중원에서의 조직력은 특히 눈에 띄었다. 볼 점유율은 아르헨티나가 높게 쥐었지만, 중앙으로 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볼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자 앞선에 있던 메시도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수비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빠르게 역습을 노리는 콜롬비아의 공격에 잇따라 당하자 라인 전체를 뒤로 물리기도 했다.

메시는 봉쇄됐다. 메시가 볼을 잡으면 콜롬비아 선수 두세 명이 곧바로 달려들어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결정적인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정확하던 프리킥은 수비벽을 맞았고, 후반 21분 혼전 상황에서 찾아온 헤딩슛은 골대를 살짝 비껴갔다. 계속해서 역습 기회를 엿보던 콜롬비아는 후반 26분 로저 마르티네스와 후반 41분 두반 자파타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를 침몰시켰다. 메시의 대표팀 악몽은 이렇게 반복됐다.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이제 조별리그 첫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남아있는 상대인 파라과이, 카타르는 객관적인 전력상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약체로 평가받는다. 이변이 없는 한 아르헨티나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런데도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유는 무뎌진 수비적인 조직력 때문이다. 콜롬비아전에서 노출된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메시는 패배에도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긍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침울해 있을 법한 팀 분위기를 다독였다. 아르헨티나는 20일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파라과이를 상대로 2차전을 갖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