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골든볼 넘본다

입력 2019-06-12 07:52 수정 2019-06-12 11:06
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1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AP뉴시스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도와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이 FIFA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오르더니 또다시 역사를 썼다.

이강인의 정교함이 다시 발휘됐다. 전반 43분, 프리킥 기회를 잡은 이강인은 턱을 만지며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다 쇄도하던 최준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를 받은 최준은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강인의 이번 대회 4호 도움이다. 중원에서 플레이 메이커로 활약하며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강인이 기록한 4도움은 노르웨이의 옌스 하그와 함께 어시스트 공동 1위 기록이다.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 수상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 경쟁자는 3명으로 압축된다. 4골을 기록한 이탈리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격수 안드레아 피나몬티, 다닐로 시칸이 그들이다. 3골 2도움을 기록한 우크라이나 소속 세르히 부레트사 역시 후보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는 4강에서 탈락했기에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골든볼 경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한 인상적인 경기력을 여럿 보여왔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이 시작이었다. 스페인 리그에서 성장기를 보낸 선수답게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기술적인 능력이 발군이었다.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선제골을 돕더니, 중원의 흐름을 장악하며 기술적으로 압도했다. 일본을 꺾었던 16강전과 1골 2도움을 기록한 8강 세네갈전에서도 이강인의 활약은 유독 돋보였다.

공격 포인트로만 따지면 부레트사와 이강인이 5개로 선두에 자리 잡고 있다. 부레트사 역시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에서 맹활약했다.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개인 수상인 만큼 승부를 결정 짓는 득점 기록이 많이 반영되는 만큼 골든볼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이강인과 부레트사의 개인적인 골든볼 싸움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결승전 맞대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표팀에서 이강인의 비중을 고려해 봤을 때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 선수가 FIFA 주관대회 최우수선수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세 차례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홍명보의 브론즈볼, 2010년 독일 U-20 여자월드컵 지소연의 실버볼,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U-17 여자월드컵 여민지의 골든볼이다. 이강인이 골든볼 수상자가 된다면 여민지에 이어 두 번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