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개편한다는데… 업계 “반쪽짜리 정책”

입력 2019-06-11 15:47 수정 2019-06-11 15:49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경영자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기존의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한 데다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업종·자산·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업종 변경 범위는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를 최대 20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러나 업계와 야당에서 요구해온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확대는 추진하지 않기로 한데다 공제대상이나 한도액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세 부담은 여전한 만큼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당정협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란 중소·중견기업 경영인이 기업을 자녀 등에게 물려줄 때 상속재산 가액을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경영 노하우 이전이나 고용·투자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사후관리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개편안은 사후관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재까지 공제 후 10년 동안 업종·자산·고용 등을 유지하도록 하던 것을 7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타국 사례(독일 7년, 일본 5년) 등을 고려한 조치다.

또 사후관리 기간에 기존 주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완화한다.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만 변경이 가능하던 것을 중분류 내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가령 식료품 제조업(중분류) 내 제분업(소분류·전분 및 전문제품 제조업)은 제빵업(소분류·기타 식품 제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업의 유연한 대응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후관리 기간 중 20% 이상 자산처분 금지 의무와 고용유지 의무도 완화한다.
업종 변경 등 경영상 필요로 기존 설비를 처분하고 신규 설비를 대체 취득한다면 예외 사유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매년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80%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10년 통산 100% 이상(중견기업은 120% 이상)을 유지해야 했지만 개편안은 중견기업도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10년 통산 100% 이상만 유지하는 것으로 했다.

최대 20년 동안 상속세를 나눠서 낼 수 있는 연부연납 특례 대상도 확대하고 적용 요건도 넓힌다. 특례 적용 대상기업은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개편안에 대한 업계 불만은 여전하다.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중소기업 및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공제한도(500억원)에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기업이 세대를 거친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 나갈 수 있도록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과 사전·사후관리 요건 대폭 완화를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