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국빈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천렵질’ 발언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이었다”고 한 고 대변인은 “순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거라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고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10일 핀란드 헬싱키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한국당의 ‘천렵’ 논평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은 고 대변인은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어젯밤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고 운을 뗐다. 고 대변인은 이어 “대변인은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대변하는 곳을 대신해 말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나도 굉장히 신중히 단어를 선정하고 기자들 앞에 나선다”고 한 고 대변인은 “그분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분 역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다”고 한 고 대변인은 “그렇기 때문에 순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오늘 공식 일정은 아침 10시에 시작해 저녁 9시30분에 끝나며 이동시간과 자료 준비 시간을 합하면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진행된다”며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여러분(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모든 순방은 숨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렇게만 말씀드리겠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앞서 민 의원은 북유럽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에 대해 9일 논평을 내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 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비난했다.
민 의원과 고 대변인은 KBS 출신 청와대 전현직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1991년 KBS 공채 18기 기자로 입사한 민 의원은 2001년부터 앵커로 자리를 옮겼다. ‘KBS 뉴스9’과 같은 간판 프로그램을 맡다 2014년 2월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깜짝 발탁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고 대변인은 2004년 KBS 30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며 2017년 퇴사 후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 대변인을 지냈다. 같은 해 5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청와대에 입성해 부대변인직을 맡았다. 지난 4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뒤 대변인으로 승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