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완전범죄’를 꿈꿨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박기남 제주 동부경찰서장은 9일 오전 브리핑에서 “고유정이 완전범죄를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으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인 피해자 강모(36)씨와 만나기 위해 예약한 펜션이 모형 CCTV만 있는 무인 펜션이라는 점, 범행 도구인 톱을 미리 준비해간 점 등을 계획적 살인의 근거로 보고 있다.
고유정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니코틴 치사량’ ‘살해 도구’ 등을 검색한 기록도 확인됐다. 박 서장은 이날 “검색 목록에 ‘시신 손괴’와 ‘시신 유기’에 대한 내용이 있는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이 강씨의 시신을 훼손한 뒤 일부를 완도행 여객선에서 바다에 버리고, 나머지를 완도항과 김포 등에 나눠 버렸다고 주장한 것은 시신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 범행을 들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경찰은 완도항에서 강씨의 시신 일부를 버렸다는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선이 완도에 정차한 시간이 2분 남짓해 시신을 유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고유정이 강씨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내가 그런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고유정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서장은 고유정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결혼과 이혼, 재혼에 관련한 가정적인 문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부분은 관련자들의 명예훼손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지난 1일 충북 청주시의 거주지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으며, 4일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