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김신욱 이후 끊긴 ‘타깃형’ 계보

입력 2019-06-09 15:39
U-20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오세훈이 9일 세네갈과의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8강전에서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AP뉴시스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 오세훈이 신성의 탄생을 알렸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오른 국제축구연맹(FIFA)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다. 한국은 FIFA 주관대회에서 최초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첫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재능이 만개한 이강인 못지않게 눈에 띄는 선수는 오세훈이다. 193㎝ 장신으로 정정용 호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다. 손흥민의 동료로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인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와 스타일이 닮았다. 결정력 역시 날카롭다. 1대 0으로 승리했던 지난 5일 일본과의 16강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다. 대회 2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다.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오세훈의 존재감은 돋보인다. 3대 3 무승부 후 극적인 3대 2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던 9일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그랬다. 오세훈의 높이가 호시탐탐 측면에서 기회를 엿보던 동료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오세훈이 후방에서 날아오는 패스를 헤더로 따내 포스트 플레이를 하거나 세컨드 볼을 만들어내 동료들에게 득점 찬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평균 신장이 190㎝에 이르는 세네갈 수비진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헤더 능력이 뛰어나 오세훈의 머리를 향한 크로스 공격도 한국의 강력한 공격 옵션이다.

오세훈의 활약은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지금 A대표팀의 선수 포지션 분포상 유일한 아쉬움은 파괴력 있는 장신 공격수가 없다는 점이다. 장신 공격수의 머리를 향한 크로스 공격은 축구 역사의 시작과 함께 중요한 공격 옵션 중 하나로 꼽혀왔다. 상대에 따라 전술과 경기 운영이 달라져야 하는 만큼, 장신 공격수의 머리를 겨냥해 득점을 노리는 것은 또 하나의 분명한 공격 경로다. 게다가 평균 신장이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하는 동아시아팀들을 상대론 이러한 장신 공격수들의 장점이 발휘될 여지는 충분하다.

공격수의 높이를 활용해 골문 앞 제공권 싸움에서 승부를 거는 것은 매우 전통적이면서도, 대부분 팀이 하나씩 숨겨두고 있는 카드다. 객관적인 전력상 약체에 있는 팀들이 강팀을 상대할 때 많이 사용하는 전술이기도 하다. 장신 공격수들은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 모든 상황에서 조커로 활약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최전방부터 쉬지 않고 압박을 시도하며 적극적인 수비참여를 주문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격수에게도 많은 전방압박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장신 공격수들이 선택받지 못했던 이유였다. 오세훈은 다르다. 보통의 장신 공격수들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인 주력을 활동량으로 메웠다. 오세훈의 U-20 월드컵 활약상은 김신욱 이후 끊겼던 A대표팀의 타깃형 스트라이커 탄생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에콰도르다. 한국과 함께 이변을 연출하며 준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에콰도르 수비진 역시 평균 키가 큰 편이 아닌 만큼 오세훈의 높이가 가져다주는 파괴력이 발휘될 여지는 충분하다. 오세훈 역시 이를 알고 있다. 오세훈은 세네갈전 승리 이후 “나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라며 “다음 경기에서 무조건 이길 것이다. 팬 여러분께 감동을 전해드겠다”고 약속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