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기업들 불러놓고 ‘트럼프 압박에 협조하면 응징’ 경고…삼성 SK도 참석”

입력 2019-06-09 11:18 수정 2019-06-09 15:12
국민일보DB

중국 정부가 지난주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델(Dell), 한국의 삼성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을 불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에 협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외국 기업들이 다변화 차원을 넘어서 중국 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5일 주요 글로벌 테크놀로지 업체들을 불러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기술거래 금지’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면담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상대로 봉쇄 및 공급중단 조치를 하는 해외 기업들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이란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중국이 부른 기업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과 한국의 SK하이닉스도 포함됐다.

이번 면담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주도했으며 상무부와 산업정보기술부 대표들이 참석했다. 3개 정부기관이 참여한 것은 중국 최고위급에서 조율을 하고 최종 승인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화웨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주요 기업들이 장기적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탈 중국’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 관리들은 면담에서 보안 목적으로 이뤄지는 다변화 차원을 넘어선 생산기지 해외 이전 움직임은 처벌(punishment)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기업들을 겨냥해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거래 금지’ 조치로 중국의 글로벌 공급 사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이 조치를 따르는 기업들은 영구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공세에 맞서 미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로비활동을 강화해달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 외 다른 나라 기업들에는 중국 기업과의 현재 관계를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부품 공급을 계속하는 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도 무역 개방과 지적 재산권 보호 약속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고 NYT는 전했다.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화웨이가 큰 피해를 입고 차세대 이동통신(5G) 출범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 방어력이 없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아주 민감한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는 외국과 분쟁이 있을 때 중국 시장을 무기로 다국적 기업들을 압박해 굴복시키는 방법을 자주 써왔다”고 말했다.

케네디 연구원은 “기업들은 현재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미국 법을 위반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모두가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는 상황에서 미국 법을 위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