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재능 입증한 이강인 “역사 만들고 싶다”

입력 2019-06-09 07:10 수정 2019-06-09 07:14
20세 이하(U-20) 한국 대표팀의 이강인이 9일(한국시간) 열린 2019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공을 다루고 있다. 이강인은 이날 1골 2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세 이하(U-20) 한국 대표팀의 이강인이 경기를 지배하며 36년 만의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에이스가 짊어져야 하는 왕관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낸 이강인은 화려하게 빛났다.

이강인의 활약에 힘입은 한국은 9일(한국시간) 열린 2019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3대 3으로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이강인은 이날 1골 2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모든 득점에 관여했다.

경기 초반 한국은 높이와 주력이 좋은 세네갈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전반 35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도 내줬다. 리드를 되찾기 위해 이강인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전반 막판에는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지만, 디알리 은디아예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강인 매직’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이강인은 공격적으로 상대 수비를 휘저었다. 상대 수비 뒤를 파고드는 최준에게 찔러준 킬패스는 이강인의 넓은 시야와 기민한 센스를 보여줬다.

한국 첫 번째 골의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지솔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밀려 넘어지며 얻어낸 페널티킥을 이강인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골키퍼가 맞는 방향으로 제대로 몸을 날렸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U-20 대표팀의 이강인이 9일(한국시간) 세네갈과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페널티킥으로 추가 실점을 한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 골을 만들어낸 것도 이강인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인 추가 시간 8분, 이강인이 올린 날카로운 코너킥을 이지솔이 헤더로 득점해냈다.

체력 부담이 컸을 연장전에서도 이강인은 매서웠다. 연장 전반 6분 이강인은 상대 수비수 세 명을 무력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조영욱에 연결했다. 절묘한 패스를 받은 조영욱은 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3-2로 앞서나갔다.

정정용 감독은 연장 전반을 마치기 직전 이강인을 교체했다. 환상적인 플레이를 본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강인은 벤치에서도 끝까지 동료들을 응원했다. 승부차기 직전에는 골키퍼 이광연의 뺨을 감싸고 격려했다.

경기 후 이강인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4강 진출에 감격을 드러냈다. 이강인은 “승부차기 전에 이길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승리해 기쁘다”며 “형들과 코칭스태프를 믿었다”고 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강인은 “일단은 준결승을 잘 준비하겠다”며 “역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