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측은 경찰의 방어벽 안쪽으로 가려져 있었고,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가족축제를 표방하며 자유롭게 거리를 걸었다.
동성애자들의 행사인 퀴어축제와 이를 반대하는 국민대회가 1일 서울시청 일대에서 동시에 열렸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대회장 이주훈 목사, 이하 국민대회) 측은 이날 흰색 옷을 맞춰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가 열린 서울시의회 건물 앞 거리에서 흰색 옷을 맞춰 입은 아이와 부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부모 손을 잡은 아이들은 주최 측에서 나눠 준 호루라기와 풍선, 부채를 때로는 불고 흔들며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했다. 반면 퀴어축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은 경찰이 만들어 놓은 방어벽으로 가려져 행사장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우려했던 두 집회 간 충돌은 없었다.
국민대회 대회장을 맡은 이주훈 목사는 대회사를 통해 “한국을 향해 오는 동성애 합법화의 물결이 점점 더 거세짐을 느낀다”면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행위를 인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 오히려 동성애자들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의 양심과 신앙, 학문,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4살배기 아들을 유모차에 태운 채 참석한 김완성(50)‧곽은정(49) 부부는 “동성애는 가정을 보호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는 다음세대의 문제로 이어져 결국 가정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21살, 17살 난 아들도 두고 있는데 주변에 동성애를 옹호하는 청소년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하더라. 부모로서 이를 간과하고 지나칠 수 없어 매년 퀴어축제 반대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퀴어축제가 열린 서울광장에선 청소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앳된 얼굴로 행사장 내 청소년 동성애 지원 부스를 둘러보던 강민지(가명·17)양은 “요새 (본인도) 동성애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느껴 거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서 “여고를 다니는데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몇 명 있다”고 말했다. 한 청년은 무지갯빛 가발을 쓰고 예수의 복장을 한 채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성경 구절이 써진 손팻말을 들고 돌아다녔다.
국민대회 측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출발해 주한미국대사관과 세종문화회관을 거쳐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동성애 치유 회복이 정답이다” “동성애는 유전도 선천적이지도 치유 불가능도 아닙니다”고 써진 팻말과 깃발을 흔들며 행진에 참여했다. 이어 국민대회 측은 각종 공연과 선물 증정식을 가미한 러플페스티벌을 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국민대회 측은 이날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