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위해 뭐라도” 헝가리 현지 끝없는 애도 물결

입력 2019-06-01 16:20 수정 2019-06-01 22:56

“생존자가 나오길 바라며 매시간 뉴스를 체크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숫자가 늘지 않았어요.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너무….”

지난 31일(현지시간)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을 찾은 마리어(39)씨는 한 손에 국화를 들고 숙연한 표정으로 담벼락을 바라봤다. 그는 “친구,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즐거웠을 탑승자들을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며 “한국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추모식을 찾았다”고 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사고 이후 이곳은 희생자를 위한 추모 공간으로 바뀌었다. 대사관 담벼락은 고인을 애도하는 꽃과 양초, 추모 메시지로 가득 찼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늘 오후 7시에는 헝가리 현지인의 제안으로 작은 추모식이 열렸다. 마리어씨를 포함해 현지인과 교민 100여명이 대사관 앞에 모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지타(40)씨는 심경을 묻자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부다페스트에서 나고 자란 그는 다뉴브강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전날에도 대사관을 찾아왔던 지타씨는 “대부분 가족 단위 탑승객이었다고 들었다”며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추모식에)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사고 현장에서도 많은 시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헝가리 당국의 실종자 수색을 지켜봤다. 머르기트 다리 위와 강변 곳곳에는 희생자를 위한 꽃과 촛불이 놓였다. 다리 위에서 만난 카탈린(36)씨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랐다”며 “가해 선박이 헝가리와 관련된 건 아니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머르기트 다리 근처에 사는 레츠키(67)씨도 “누구도 이런 일을 당해선 안 된다. 너무나 슬프다”며 거듭 애도를 표했다. 평소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는 그는 “아직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선장이 구금된 걸 보면 뭔가 잘못이 있는 게 확실하다”며 “진상이 꼭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35명의 탑승객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지난 29일 오후 9시쯤(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대형 크루즈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전체 탑승객 중 33명이 한국인이었고 7명이 사망, 19명이 실종됐다. 구조된 7명 중 6명은 퇴원, 1명만 갈비뼈 골절로 입원 중이다.

글·사진 부다페스트=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