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무리뉴 감독과 아르센 벵거 감독은 축구 팬들에게 악연으로 기억된다. 과거 잉글랜드 무대에서 맞붙으며 숱한 설전을 벌였을뿐더러 공개석상에서 서로를 밀치며 충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각각 잉글랜드 런던 맞수였던 첼시와 아스널 사령탑으로 재직할 시절 특히 그랬다. 앙숙으로 유명했다. 벵거 감독의 지적에 무리뉴 감독이 ‘관음증 환자’라고 맞받아친 일화는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별한 인연을 지닌 두 감독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 다음 달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다. 두 감독은 휴식기를 보내며 잉글랜드 스포츠 방송사 ‘비인스포츠’에서 중계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둘 다 해설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해설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 시즌 준결승전까지 각자 중계에 나섰지만 결승전에서는 한 자리에서 만난다. 경기가 열리는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구장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 마련될 중계 스튜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한다.
벵거 감독이 토트넘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지도 관심사다. 마음속으로는 토트넘의 패배를 바라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벵거가 20년을 넘게 지휘했던 친정 아스널은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에서 숙적관계다. 나란히 영국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은 1887년 11월 19일 첫 경기를 치른 이후 현재까지 120년 넘는 세월 동안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다. 이들의 대결은 ‘북런던 더비’로 불리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벵거 감독은 지난 2월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16강전을 앞둔 토트넘을 바라보며 “아스널 때처럼 젊고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가 뛰던 젊은 시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은 해설가로 활약하며 선수들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특유의 입담으로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8강전을 지켜본 그는 손흥민에 대해서 “볼을 뺏은 직후 속공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굉장히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자신들과 경쟁했던 토트넘과 리버풀의 경기를 해설할 두 감독이 어떤 입담을 뽐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