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옷차림이나 걸음걸이, 새벽 귀가가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네요. 몸가짐을 바로하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한 남성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혼자 사는 여성의 뒤를 밟아 집에 칩입하려고 시도한 사건이 지난 28일 알려졌다. 1분24초 분량의 CCTV 영상에는 피해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숨어있던 남성이 나타나 따라들어가려는 장면이 담겨있다. 문이 잠긴 이후에도 남성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1분간 서성였다.
이후 온라인 상에서는 피해 여성에게도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식의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 여성이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짧은 하의를 입었으며, 힘 없이 비틀거리며 걸었고, 늦은 시간 귀가했다는 이유로 사건의 책임은 피해 여성에게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현재 성폭력 관련 법과 제도는 많이 개선됐지만 인식 개선은 유독 더디다”며 “여성의 복장 등이 성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바뀌어야한다.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시선은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범죄 사건에서 모든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며 “여성이 성범죄자를 조심해야하는 사회가 아닌, 남성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전했다.
“성범죄 대부분 계획적… 여성 옷차림 상관없다”
실제로 여성의 옷차림과 귀가시간이 성범죄에 영향을 미칠까.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성범죄 대다수는 계획적(67.7%)으로 발생했다. 충동적·우발적 범죄(32.3%)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여성이 짧은 치마 등으로 가해자를 자극해 피해를 입는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피해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성범죄 책임은 피해자 옷차림이나 행실이 아닌 절대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며 “성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피해자의 어떤 특성보다 가해자의 왜곡된 성인식 등 가해자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