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벌어진 부산 사직야구장을 찾았다. 롯데가 7연패를 당하고 있던 때라 관중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시작 20분 전 1루측 외야석을 거쳐 내야석으로 향하는 동안 관중석은 빈 자리를 거의 채우고 있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1427명이었다. 롯데의 성적 하락에도 사직야구장을 찾는 관중은 여전한 셈이다.
그러나 성적 하락이 계속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2017년 평균 관중은 울산 구장까지 포함해 1만4424명이었다. 7위로 하락한 지난해엔 1만2523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지난 26일까지 1만3206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관중 수 감소는 롯데의 성적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사직야구장 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에 위치한 사직야구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예선전을 위해 건설됐다. 1985년 10월 완공됐다. 롯데가 1986년부터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1964년 지어진 한화 이글스 파크(대전)와 1982년 건설된 잠실야구장(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야구장이다.
사직야구장은 본래 야구는 물론 축구나 럭비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종합경기장이다. 내야 관중석이 가변식이다. 옮길 수 있다는 말이다. 2006년 천연 잔디로 교체했다. 그러나 TV에서 자주 볼 수 있듯 불규칙 바운드가 가장 많은 구장으로 악명이 높다. 더구나 파울존이 너무 넓다 보니 폭투 시 2베이스도 종종 허용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좌우측 펜스 거리는 95m로 다른 구장에 비해 짧다. 다만 철망까지 포함해 4.8m가 되는 펜스가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축 구장들이 펜스까지의 거리를 100m 내외로 길게 하는 추세와는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관중들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이다. 3만석 규모의 좌석을 2만4500석으로 줄이며 관중 편의를 확대했다곤 하지만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좌석에서 이동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테이블석 또한 좁기 그지 없다. 계단은 너무 높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주차장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34년이나 된 사직야구장이기에 이제는 새로운 구장을 신설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모든 부산시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다. 그러나 말뿐이다. 현 시장도 마찬가지다. 새 부지까지 확정한 대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동남권 신공항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국회와 총리실을 잇따라 방문하며 신공항 건설 홍보에 열중이다. 물론 파급 효과 측면에선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사직야구장 경기는 단순히 롯데 구단만의 몫이 아니다. 부산 시민은 물론 부산을 떠나 있는 롯데팬들에겐 언제나 방문하고 싶은 성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향 출신들을 하나로 모으는 결집 매개체다.
제대로 된 축제를 위해선 제대로 된 구장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임기 동안 실적에만 매몰되지 말고, 긴 안목에서 신축 구장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과거 부산 야구의 메카였던 구덕야구장을 그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생활체육공원으로 전락시킨 부산시다. 무려 110억원이나 투입했다. 물론 주민들에겐 필요한 시설일 것이다. 그러나 발상을 조금 바꿔 옆에 위치한 구덕종합운동장과 함께 제대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