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삼프도리아의 파비오 콸리아렐라가 생애 첫 득점왕을 차지했다. 삼프도리아는 27일 이탈리아 제노바의 루이지 페라리스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38라운드에서 유벤투스를 2대 0으로 꺾었다. 득점왕 경쟁을 벌이던 콸리아렐라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호날두는 휴식 차원에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콸리아렐라는 득점하지는 못했지만 뒤를 쫓던 아탈란타의 두반 자파타와 AC밀란 크르지초프 피아텍 역시 같은 날 침묵했다. 시즌 26골을 기록하며 자파타(23골)와 3골 차이로 득점왕 등극에 성공했다. ‘노장 득점왕’의 탄생은 이렇게 완성됐다. 1983년생 콸리아렐라는 한국 나이로 올해 37세다.
콸리아렐라는 1999년 토리노 칼초에서 프로 데뷔를 한 이후 선수 생활 20년 내내 이탈리아 무대에 몸담았다. 그러다 뒤늦게 골맛에 눈을 뜬 경우다. 많은 전문가는 27세 전후를 축구선수가 신체적으로 정점을 찍을 시기로 꼽는다. 실제로 올 시즌을 제외하면 콸리아렐라가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던 때도 27세 전후인 2008-2009시즌이다. 당시 모든 대회를 포함해 21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리그에서만 26골을 몰아쳤다.
콸리아렐라의 장기는 꾸준함이다. 화려한 득점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결정력에 약점이 있던 과거의 모습과 상반된다. 그의 득점 대다수는 페널티박스 안 문전에서 터진다. 정확한 위치 선정과 뛰어난 결정력이 돋보인다. 지난 시절과 비교해 중거리 슛 비율은 줄었지만, 훨씬 간결하고 정확해졌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경기를 장악한다.
그의 가치는 비단 결정력만이 아니다. 골문 앞에서 득점을 노리는 타깃형 스트라이커와 달리 콸리아렐라는 넓은 범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콸리아렐라가 상대 수비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며 만들어 낸 포스트 플레이 과정에서 득점이 터지기도 한다.
콸리아렐라의 득점력이 갑자기 대폭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질문의 답으로 소속팀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삼프도리아는 마치 내 집과 같다. 편안하다. 팬들과 도시의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6년 삼프도리아 이적 이후 찾은 심리적 안정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기량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세리에A 역사상 최고령 득점왕은 독일 바이에른 뮌헨과 이탈리아 피오렌티나 등에서 활약했던 장신 공격수 루카 토니다. 2014-2015시즌 22골을 터뜨리며 38세의 나이로 득점왕에 올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