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유럽연합(EU)과 반난민을 내세우는 극우 세력과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녹색당 계열이 약진하면서 유럽 통합을 이끌어온 중도파들이 이전보다 힘을 잃게 됐다.
유럽의회가 지난 23~26일(현지시간) 실시된 선거에서 정당 연합별 예상 의석수를 분석한 결과 27일 오전 기준 3개 그룹으로 나뉜 극우 정당들이 전체 751석 중 17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체 의석 중 4분의 1 가량으로, 극우 정당들은 지난 2014년 선거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다.
구체적으로 영국 보수당, 스웨덴민주당(SD), 폴란드 법과정의당(PIS)이 속한 유럽보수개혁(ECR)이 61석을 가져가고, 영국 브렉시트당,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속한 자유와직접민주주의의유럽 (EFDD)이 54석을, 이탈리아 동맹과 프랑스 국민연합(RN), 영국 독립당(UKIP)이 속한 국가와자유의유럽(ENF)이 57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은 180석을 얻었고,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 사회당(S&D)은 152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 그룹의 의석수를 합쳐도 330여석에 불과해 과반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EU를 이끌었던 유럽국민당과 사회당이 계속 과반을 유지하려면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또 다른 중도 성향의 그룹 자유민주당(ALDE)과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면서 기성 정치 세력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영국에선 27일 오전 배정 받은 의석 73석 중 46석의 개표 결과가 나온 가운데 극우 브렉시트당이 21석을 차지했고, 자유민주당이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주류 정당인 노동당은 7석, 보수당은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프랑스에선 출구조사 결과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이 득표율 24%를 1위를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끄는 집권 레퓌블리크앙마르슈는 22~23%로 2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에서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주도하는 동맹이 27~31%를 득표해 예상대로 1위에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는 녹색당 계열이 돌풍을 일으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67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현 의석수(52석)에 15석을 추가하게 됐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유럽 내에서 커진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