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본 회사들까지 ‘화웨이 봉쇄’ 조치에 동참…‘화웨이 큰 위기에 빠질 것’ 관측

입력 2019-05-23 10:46 수정 2019-05-23 11:00
AP뉴시스

미국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에 따라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일본의 파나소닉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키로 하는 등 각국 회사들이 ‘화웨이 봉쇄’에 동참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조치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하지만 각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질 경우 큰 위기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회사 ARM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ARM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로 화웨이와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생산 프로세서에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ARM의 기술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모바일 기기 프로세서 설계에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스마트폰 칩을 생산하는 하이실리콘은 제품의 상당부분을 대만 TSMC에서 제조하고 있는데, 이 칩 설계에서 ARM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ARM의 설계 디자인에는 미국의 원천기술이 다수 포함돼 있어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 ARM측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금지 행정명령을 준수하기 위해 화웨이와 기술 공유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ARM은 직원들에게 ‘화웨이 및 자회사와의 모든 실행 계약, 지원 계약, 유예된 계약을 중지하고 미국 무역 단속 규정을 준수’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이 일제히 거래를 중단키로 하자 이미 대비를 해왔다고 밝혔으나 ARM까지 관계를 끊으면 제품을 생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도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그동안 미국의 수출관리 규정을 준수해왔다”며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 왔으며, 일부는 미국의 원천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와 거래를 하는 일본 기업은 100여곳으로 알려졌는데, 파나소닉의 결정이 다른 회사들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일본의 KDDI와 소프트뱅크 등 주요 이동통신회사들도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매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들 이통사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안전성과 이용 편의성 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4일로 예정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 발매 계획을 연기했다.

KDDI 등은 미국 정부의 제재로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자 기능 제한 대상 소프트웨어의 범위 등을 검토하다 결국 발매 연기를 결정했다. 일본 이동통신업계 1위인 NTT도코모도 올해 여름 발매 예정인 화웨이의 스마트폰 예약접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화웨이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파트너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결정으로 (파트너의) 일부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내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밝혔으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ARM의 기술이 차단되면서 되려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