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소속 대니얼 맥셰인 미군 중위가 “내 여자 친구는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북한군은 “우아”라며 놀라워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유엔사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가 지난해 7월 복원됐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미군 장교, 핑크빛 전화 통화로 북한 긴장을 낮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에 164차례 전화통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 전화통화는 매일 오전 9시30분, 오후 3시30분 하루 두 차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남북과 북·미 관계 진전으로 가동된 이 직통전화는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중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측은 그동안 직통전화를 통해 유해 송환과 JSA 지뢰 제거, 헬기 이동 등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특히 유엔사 장교와 북한군은 서로 개인적인 얘기를 나눌 정도로 긴장감이 낮아졌다고 한다. 맥셰인 중위는 “북측 카운터파트 8명과 친분관계를 충분히 발전시켜왔다”면서 이들과 미 메이저리그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엔사와 북한군 측은 남북이 지난해 9·19군사합의를 맺은 이후 몇 차례 얼굴을 마주했다. 한 번은 미군 장교가 ‘페이스타임’ 영상 통화를 작동해 보이자 북한 대령급 장교가 놀라워했다고 한다. 북한 군인들은 미군이 매점에서 가져온 과자 ‘도리토스’와 초코파이에 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JSA에 근무하는 미군은 또 북한군의 휴일 만찬 계획이나 담배, 위스키에 대한 취향도 알게 됐다.
앞서 북한은 2013년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를 차단했다. 이번에 직통전화가 다시 가동되기 전까지 유엔사는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메가폰을 통해 육성으로 북측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