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극우인사에 ‘밀크셰이크 세례’…달걀 세례는 옛말됐다

입력 2019-05-19 18:18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지역 맥도널드 매장에 19일 "밀크셰이크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극우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밀크셰이크 테러가 빈번하다. 뉴시스

거리유세에 나서는 영국 극우정치인들이 밀크셰이크 세례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시민들이 정치인을 모욕하기 위해 달걀 대신 밀크셰이크를 사용하면서다. 밀크셰이크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애꿎은 감시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경찰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지역 맥도널드에 유럽의회 선거기간인 23~26일 나흘간은 밀크셰이크를 팔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도널드는 매장에도 “오늘 밤에는 밀크셰이크와 아이스크림을 팔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극우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가 이 지역에서 선거 유세할 예정이었다. 영국경찰은 유세과정에서 밀크셰이크 투척사건이 벌어질 것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치인과 경찰을 긴장시킨 밀크셰이크 투척은 지난 2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20대 남성 다니얼 마흐무드는 맨체스터주 베리의 한 거리에서 극우정치인 토미 로빈슨의 얼굴에 밀크셰이크를 던졌다. 로빈슨과 그의 지지자들은 즉각 마흐무드에게 달려들어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마흐무드는 로빈슨이 무슬림들을 깡패로 지칭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밀크셰이크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밀크셰이크 세례 과정은 현장에서 촬영돼 소셜미디어 공간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후 마흐무드는 극우정치인에 반대하는 소셜미디어 이용자 사이에서 ‘밀크셰이크맨’으로 불리며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밀크쉐이크’ ‘편협함에 저항하는 락토제(젖당)’ ‘혁명은 저온 살균될 것’등의 문구가 유행했다.

결국 로빈슨은 다음날 워링턴 유세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선거유세에 나선 그의 머리 위로 밀크셰이크가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얼굴에 밀크셰이크를 묻힌 채 화가 잔뜩 난 그가 지지자들과 함께 투척범을 찾으러 다니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이후 밀크셰이크 테러는 극우정치인에 대한 항의 수단이 됐다. 칼 벤저민 영국독립당(UKIP) 후보도 유세 도중 시위대가 던진 밀크셰이크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패라지 대표의 유세가 결정됐을 때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밀크셰이크 테러 계획이 공유되기도 했다.

맥도널드에서 밀크셰이크가 일시적으로 판매 중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맥도널드의 경쟁 업체인 버거킹은 트위터에 “스코틀랜드 주민 여러분. 우리는 주말 내내 밀크셰이크를 팝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라고 썼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