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TADA)는 자동차 대여업체 쏘카의 자회사인 브이씨앤씨(VCNC)가 운영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다. 타다는 서비스 출시 7개월여 만에 큰 인기를 끌었다. 타다의 승객들은 승차거부가 없는 배차 시스템, 4인승보다 많은 탑승자 수, 쾌적한 승차감을 이용 사유로 꼽고 있다.
타다의 승승장구는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카풀 서비스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택시기사의 분신사건이 속출했다.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 광장 인근 도로에서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안모(76)씨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를 자신의 택시에 써 붙였다. 택시기사들은 같은 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타다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택시업계의 불만은 타다 드라이버에게 직접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용인에서 택시기사들이 타다 드라이버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타다 드라이버는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택시들에 둘러싸인 경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타다 드러이버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타다 드라이버들에게 택시기사와 같은 집단행동은 꿈같은 이야기다. 타다 드라이버들의 고충은 무엇일까.
“택시 기사님이 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 일을 계속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도 못하는데, 택시기사님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도심에서 타다 4대를 연속으로 타면서 드라이버의 목소리를 들었다. 드라이버들은 모두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보복운전 정말 무섭죠”
타다 드라이버로 일한지 5개월쯤 됐다는 A씨는 “택시도 택시만의 문제점이 있겠지만, 타다도 타다만의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타다 드라이버로 일하면서 가장 심했던 경험은 주로 보복운전이었다”며 “타다가 차선을 변경할 때 갑자기 속도를 높여 끼어들지 못하도록 위협운전하는 택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A씨보다 짧은 2개월 경력을 가진 B씨는 “자차를 운전할 때와 타다를 운행할 때 택시의 양보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알려진 몇몇 사건이 있어 타다를 운전할 때는 (택시의) 표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C씨는 택시기사로 일한 경험을 가진 타다 드라이버다. 그는 “택시기사들이 직접 폭행을 가하거나 위협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타다 차량의 경우 겉에 ‘타다’ 로고가 붙어 있어 운전할 때 조금 위축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공존하고 싶어요”
타다 드라이버 4인은 택시업계가 느끼는 생존권 위협을 이해하고 있었다. A씨는 “타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새로운 이용방식으로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의 입장에서 손님이 빼앗긴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택시기사의 서울시청 앞 분신 소식을 듣고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C씨는 “타다는 단체손님을 노려 시작된 서비스인데, 혼자 타는 여성들도 많다”며 “주요 이용객이 이렇다보니 택시기사들이 반발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의 거센 반발은 결국 수요의 이동에서 비롯됐다. 타다 드라이버들은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기사와의 갈등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B씨는 “앞으로 타다와 비슷한 서비스는 또 나올 것”이라며 “갈등은 지금보다 심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 공존하는가에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운전대를 잡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드라이버 D씨는 “택시업계와 공존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더 얼굴 붉힐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오늘도 달린다”
기자가 탑승했던 타다 4대는 공교롭게도 모두 시급제 프리랜서 드라이버의 차량이었다. 타다 드라이버는 기본적으로 월급제지만, 시급제로 일하는 프리랜서도 있다. 그중 프리랜서는 인력업체에서 파견된 간접고용 형태로 운전대를 잡고 있다. 프리랜서는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으면 택시의 압박에, 운전대를 놓으면 근로환경에 대한 고민에 시달리는 셈이다. 프리랜서 타다 드라이버는 ‘을(乙) 속의 을’로 불린다.
A씨는 “근로기준법상 야간에 임금이 달라져야 하지만 반영되지 않는다. 주휴수당도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런 점을 문제제기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택시기사도 금전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겠지만, 타다 드라이버는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해 난처할 때가 있다”며 “건강보험료 같은 경우에 보험료 할증을 받을 수 없다. 이 일을 하기 전보다 7배정도 비싼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C씨는 택시기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 4대 보험의 적용 유무에서 오는 영업용 차량 드라이버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택시가 4대 보험 덕에 사고를 당해도 자신의 부담금이 많지 않다”며 “타다 드라이버는 이게 적용되지 않아 최대 50만원을 수리비로 들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D씨는 “인력업체를 통해 일하는 드라이버는 소통이 활발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단합해 목소리를 내기는 힘든 구조”라며 “프리랜서 드라이버들은 일을 끝내면 대리운전,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또 다른 일들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강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