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피랍된 주모(62)씨가 315일만에 석방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씨의 무사 귀환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신변 확보 과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아직 보안을 요하기 때문에 상세하게 언급할 수 없지만 UAE 정부가 리비아 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석방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장세력을 돈으로 회유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금은 지불하지 않았고, UAE 정부의 대 리비아 영향력과 부족 간의 협력관계를 동원해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소 UAE는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의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사태에서 ‘아덴만 여명’ 작전 처럼 직접 군사적인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았다. 정 실장은 “리비아는 현재 내전이 진행중이다. 그만큼 정세가 불안하고, 최근에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주씨가 피랍된 지역이 리비아 남부라 구출작전이나 석방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씨가 피랍된 이후 외교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리비아 정부와 미국 프랑스, 영국 정부 등과 공조해 주씨의 신변 안전에 나선 바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리비아에는 우리 국민 4명이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 공관을 통해 4명의 국민에게 가급적 조기에 리비아를 나오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분들이 떠날 사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끝까지 빠른 시일내에 귀국하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석방된 주씨는 우리 정부에서 신병을 인수해 현지 공관의 보호 하에 UAE 아부다비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으며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현지 병원의 1차 검진에서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귀국 이후 정밀 검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국민을 납치한 세력은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 확인됐으며 납치 경위와 억류상황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정 실장은 전했다. 주씨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다 함께 피랍된 필리핀인 3명도 함께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