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대학교 성평등공동위원회가 ‘국어교육과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해 내려진 유기정학 징계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며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가해자들이 마땅한 징계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성평등공동위원회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학교 측에서 피해자를 배제한 채 조사를 진행했다. 일방적으로 징계 결과를 통보했고 피드백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추후 공개된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들을 옹호한 발언도 확인했다. 여학우를 성희롱한 남학생들에게 주어진 2~3주간의 유기정학 징계도 절대 공정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피해자들은 남은 학교생활, 실습과 더불어 교직 사회에서도 가해자들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 2~3주 유기정학 조치는 학교가 진정으로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가해자들이 마땅한 징계를 받을 때까지 계속 싸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13일 발표된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의 담화문도 비판했다. 이들은 “총장 담화문을 보면 피해자 보호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징계 수위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설명하는 대신 합리화만 남았다. 가해자들의 잘못을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뭉뚱그리고 있다”며 “담화문에 따르면 상벌위원회가 열릴 당시 가해자들의 의견은 반영됐다. 그런데 왜 피해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나. 총장 담화문은 사건을 서둘러 종결짓고 넘어가려는 기만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을 위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위원회는 “2주가 지나면 학교로 돌아온 가해 남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해자를 같은 수업에서 마주치는 피해자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학교가 진정으로 피해자를 배려한다면 죄질에 맞는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기본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를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도 앞서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총장님 담화문을 봤는데 피해자들을 위한 후속 조치에 관한 내용이 드러나 있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총학생회는 피해 여학생들의 요청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 시 교육청과 공조해서 단톡방에 연루된 현직교사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장님의 임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임기 안에든, 인수인계를 통해서든 약속은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이 같은 과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 학생들은 남학생들이 2016년 국어교육과 대면식 당시 신입 여학생들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모아 만든 책자로 외모를 품평하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남학생들은 사과했지만, 다른 남학생들은 “그런 일이 없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일에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성평등공동위원회가 같은 과 남학생들의 성희롱을 추가로 폭로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했다는 대자보를 붙인 것이다. 대자보에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한 남학생이 함께 조별과제를 하던 여학생을 불법촬영했다는 내용과 같은 과 졸업생인 현직 초등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면식에서 책자를 만들지 않았다는 남학생들이 위증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교대는 이후 지난 10일 상벌위원회와 대학운영위원회를 열어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혐의로 국어교육과 남학생 11명에게 2~3주간의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12~20시간의 상담교육 이수 명령도 부과했다. 징계를 받은 남학생들은 13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교직 실습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여파로 남학생들의 졸업은 1년 늦어졌다.
하지만 훗날 초등교사로 부임할 길까지는 막히지 않았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징계 기간이 끝난 뒤 피해 여학생들이 남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고 남학생들은 여전히 교직에 몸담을 수 있다.
김 총장은 13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이번 결정은 조사결과에 따른 고충심의위원회의 징계처분요청과 상벌위원회에서의 학생들의 태도, 반성의 정도 및 개전의 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이번 사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서울교대라는 공동체가 지녔던 과거의 잘못된 관습과 그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 징계처분 이행 및 성 평등 상담교육 진행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약속했던 것처럼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일부 졸업생들에 대한 자료는 담당 교육청에 인계하여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