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13일 1억60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의 과거 부실수사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2013년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계좌추적 등 뇌물 관련 강제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뇌물 공여자로 의심되는 인물도 조사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보강 수사를 통해 뇌물 혐의를 밝혀낼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의 2013년 수사가 부실했다는 정황은 김 전 차관과 긴밀한 관계였던 사업가 최모씨에 대한 수사가 당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통해 드러난다. 경찰은 당시 건설업자 윤중천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휴대전화 번호 4개를 파악했다. 이중 2개는 최씨 측 명의로 개통된 일종의 ‘대포폰’이었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사용하라고 건넨 것이다. 그는 김 전 차관의 차명 전화 요금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약 8년간 부담했다고 한다. 최씨가 김 전 차관의 오랜 ‘스폰서’ 노릇을 한 단서가 나온 셈이다. 경찰은 최씨를 수차례 조사했고 그해 7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며 수사 기록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보냈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최씨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기록에는 최씨에 대한 조사 내역이 없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에 대한 계좌추적 등 추가 뇌물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최씨 이름 자체가 기억이 안 난다. 기록에 등장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차명 전화를 두 개나 만들어준 사업가는 곧 스폰서 아니냐”며 “경찰은 이 부분을 못 잡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뇌물 의혹을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당시 뇌물 공여 사실을 시인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검찰에서 한 차례는 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꾸려진 검찰 수사단은 경찰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수사 초기부터 최씨를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에 대한 소환조사 및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계좌추적도 이뤄졌다. 검찰은 그 결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법인카드 등 30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 받은 사실을 확인해 이를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시켰다.
김 전 차관은 평검사 시절 고등학교 모임을 통해 최씨를 알게 됐고 그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친분을 쌓았다. 김 전 차관은 2003년 최씨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고 최씨는 이를 부하직원 명의로 만들어 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건설 사업을 하던 사업가로 각종 형사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대가를 바라고 금전적 지원을 해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뇌물 수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2013년에는 윤중천의 관련 진술이 없었고, 강제 수사할 근거 자료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