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2(2부리그) 소속 함부르크로 임대된 황희찬은 시즌이 끝나면 원소속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복귀한다. 황희찬이 독일 잔류를 희망해왔던 만큼 그를 바라보는 팬들에게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황희찬의 함부르크 첫 시즌 기록은 20경기 2골 2도움. 측면 공격수라는 그의 포지션을 고려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잦은 대표팀 차출과 크고 작은 부상이 황희찬의 소속팀 흐름에 걸림돌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 뿐 아니라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아랍에미리트(UAE)에도 다녀왔다. 그가 꾸준히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전술적 문제도 있다. 함부르크는 지난 시즌까지 분데스리가(1부리그)에 머물던 강팀이었다. 2부리그에서는 객관적 전력상 강팀으로 평가되는 만큼 함부르크를 상대로 한 팀들은 대부분 역습 위주의 실리적인 축구로 나섰다. 함부르크가 볼 소유권을 손에 쥐고 골문을 두드리는 방식이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은 데다 저돌적인 돌파를 겸비해 ‘황소’라는 별명이 붙은 황희찬에게 딱 맞는 옷은 아니었다. 오히려 함부르크에서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함부르크가 1부리그로 승격해 공수 포지션이 지금과 뒤바뀌어 역습 위주의 경기 운영을 한다면 황희찬이 자신의 장점과 스타일을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함부르크는 황희찬의 완전 영입을 놓고 대화를 진행했지만, 잘츠부르크가 제시한 이적료인 500만 유로(약 64억원) 지급에는 재정 부담을 우려해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 계약을 1년 연장하거나 완전 이적료 500만 유로를 약 3년 걸쳐 할부 형식으로 지급하는 조건도 오갔다. 뚜렷한 협상 진척은 없었다. 터키의 명문 구단 페네르바체가 황희찬에게 구애를 보냈다는 소식도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되지는 않았다. 결국 잘츠부르크는 지난달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황희찬의 복귀 소식을 알렸다.
함부르크 측은 황희찬의 잘츠부르크 복귀에 아쉬움을 표했다. 잔류나 계약 연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갑작스레 공개했다는 것이다. 랄프 베커 함부르크 단장은 최근 독일 함부르크 지역언론인 함부르거아벤블라트와 인터뷰에서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황희찬의 이적에 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커 단장의 말 대로라면 잘츠부르크가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는 얘기다. 함부르크의 소극적인 협상 태도에 판을 엎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함부르크는 재정 부담으로 64억원 지급을 꺼렸고, 잘츠부르크는 복귀를 선언했다.
함부르크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시즌 말미까지 유력한 승격 후보로 꼽히던 함부르크는 승격권에서 벗어났다. 분데스리가 2는 상위 1~2위 팀이 1부리그로 직행하고 3위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만, 함부르크의 현재 위치는 4위다. 3위 유니온 베를린(승점 53)과 승점이 같지만 득실차에서 3대 18로 크게 뒤처져 있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2경기 안에 반전을 노려야 한다. 황희찬과 함부르크의 짧았던 동행이 어떻게 끝이 날지는 곧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