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객관적인 전력상 ‘빅 6’로 평가되는 팀들 간의 경계선은 분명하다.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89)와 3위 토트넘 홋스퍼(승점 70)의 격차는 승점 19점이다. 득실차도 40점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맨시티가 토트넘보다 한 경기 덜 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상위권에 있는 ‘빅 6’ 두 구간에서 역사상 손꼽히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두 구간에서 벌어지는 혈투의 온도 차가 있다. 우승 경쟁을 하는 두 팀은 연승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손에 쥐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4팀은 동반 부진이라는 기현상에 빠졌다.
선두 리버풀(승점 91)과 맨시티는 이미 역대 우승팀들의 평균 승점을 넘어섰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지난 26시즌 간 챔피언의 평균 승점은 86점이다. 상대방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는 얘기다. 맨시티가 리버풀보다 한 경기 덜 치렀다는 점에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한 경기만 미끄러져도 우승은 물거품이 된다. 남은 3경기가 사실상 모두 결승전인 셈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경쟁이다.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64)가 최근 리그 7경기에서 3승 4패로 크게 휘청였지만, 아직도 4위 추격권에 위치해 있다.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며 4위 경쟁을 벌이는 팀들이 집단 부진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누가 더 못하는지 싸움이 벌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들의 최근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4위 첼시는 지난 30라운드부터 35라운드까지 6경기에서 3승 1무 2패를 거두며 크게 휘청였다. 고작 승점 10점을 얻는 데 그쳤지만 오히려 순위는 4위로 상승했다. 맨유가 추락한 데다 런던 라이벌 아스널 역시 최근 6경기서 3무 3패를 거두며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첼시가 어부지리로 중간에서 이득을 봤다.
토트넘도 3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좌불안석이다. 27일 36라운드 홈경기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0대 1로 패했다. 토트넘 역시 최근 7경기에서 3승 4패에 머무르며 승점 21점을 가져갈 수 있는 경기에서 고작 9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하며 체력적 과부하에 걸린 정황이다.
승부처는 29일 맨유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로 꼽힌다. 이날 경기에서 맨유가 패하면 사실상 4위권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첼시 역시 이후 왓포드와 레스터 시티라는 상대적 강팀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서 승리가 절실하다. 아스널은 번리와 브라이튼이라는 순탄한 대진을 남겨두고 있지만 승리를 낙관하긴 어렵다. 번리가 최근 5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두며 상승세를 탄 시점인 데다 브라이튼 역시 잔류를 확정 짓기 위해 사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에 웃게 되는 팀이 어디가 될지는 시즌 마지막 경기인 38라운드가 끝나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