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도가 경고했는데…스리랑카는 왜 테러 못 막았나

입력 2019-04-23 10:34 수정 2019-04-23 13:59
스리랑카인들이 테러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AP뉴시스

290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나기 전 스리랑카 정부가 미국과 인도로부터 테러 위험을 미리 경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경찰도 테러의 배후일 가능성이 높은 단체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긴 메모를 정부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과 인도 보안당국은 스리랑카 정부에게 자살 폭탄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인도는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집단으로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경찰은 미국과 인도 보안당국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NTJ 활동을 주시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스리랑카 경찰이 테러 발생 전 배후로 알려진 단체 NTJ 소속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동 경로 등을 수집한 뒤 지난 11일 정부에게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는 메모를 보냈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1월 스리랑카 내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이 무기 및 기폭장치를 갖고 있는 단체와 접촉하고 있던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스리랑카 당국은 테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악의 자살 폭탄 테러를 막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NYT는 “현지 보안당국이 테러 발생 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는데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 도시계획부 장관은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테러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 단체 이름까지 알았는데 왜 그들을 체포하지 않았는가”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불화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테러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대통령과 총리의 불화가 총리로 하여금 보안당국이 수집한 정보에 대해 무지하게 만들었다”며 “스리랑카 지도자들의 내홍은 역사상 최악의 테러가 발생하는 데 일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