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여야 4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잠정 합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작성 시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의 잠정 합의안 발표 직후 조 수석은 페이스북에 “민정수석으로서 이 합의안에 찬동한다”는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온전한 공수처 실현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겠지만, 일단 첫 단추를 꿰고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조 수석의 페이스북에 표시된 글 게시 시간은 ‘21시간 전’으로 지난 21일 오후 6시 34분으로 표시돼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조 수석이 전날 미리 공개 범위를 자신만 볼 수 있게 페이스북 글을 써놓고, 합의문 발표 직후 ‘전체 공개’로 전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회에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모여 진통 끝에 합의를 이루고, 이를 문서화하기 하루 전에 조 수석은 이미 청와대에 앉아 합의 결과를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조 수석은 이 글에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 간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3개 사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정확히 예측했다. 또 공수처가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고위경찰의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갖는다는 합의 내용도 이미 글에 담았다.
조 수석이 단순히 여당 제시안 수준을 넘어 합의안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은, 민주당이 바른미래당과 공수처 합의안을 협상하는 전 과정이 청와대의 뜻 내지 조율 속에 이뤄졌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조 수석이 하루 전 작성한 예측 글에 대해 야권에서는 “시간을 달리는 조국” “공수처는 결국 조국 손바닥 안에 있다” 등의 말이 나왔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 때 “그동안 공수처는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을 전제로 논의했다. 최근에 와서 이를 분리해서 수사권은 갖고 기소권은 안 갖는 공수처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우리 당에서는 현재로서 이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이 지난 18일 공수처 설치법 중재안 추인을 위해 소집한 의원총회는 “공수처에 수사권·기소권 모두를 줘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 나흘 만에 기소권 일부가 분리된 공수처 방안에 전격 합의했다.
조 수석은 글 게재 시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뒤늦게 21일자로 올라왔던 글을 삭제하고, 거의 동일한 글을 새로 올렸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해 “(여야 4당 합의가) 타결과 결렬, 두 경우를 예상해 두 가지 초안을 어제 만들어 ‘나만 보기’로 작성한 뒤 오늘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