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솔샤르, 마법 끝났나

입력 2019-04-22 13:40 수정 2019-04-22 13:54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22일 에버턴과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에서 3번째 실점을 한 후 착잡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난해 12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시즌 중 주제 무리뉴 감독을 경질하고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을 소방수로 데려오는 초강수를 뒀으나 이제는 효과가 다한 모습이다. 맨유는 최근 8경기에서 2승 6패를 기록하며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고, ‘빅 6’ 팀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위권 안착에 가장 불리한 형국에 놓였다.

맨유는 22일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대 4로 참패했다. 전·후반 각각 2골씩 내주며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붕괴된 조직력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수비진이 제힘을 내지 못했던 졸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알 수 있듯 맨유의 가장 큰 약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부실한 수비다. 실점 기록을 보면 맨유의 수비 조직력이 허술하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최근 11경기에서 ‘클린시트’를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맨유가 11경기 연속 실점한 것은 199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또한 맨유는 전반 28분 에버턴 미드필더 길비 시구르드손에게 추가 실점을 내주며 이번 시즌 46번째 실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단일 최다실점 기록으로 남게 됐다. 원정 경기에서도 5연패 중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22일 에버턴과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에서 패한 후 씁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서 퇴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솔샤르 체제에서 펄펄 날았던 미드필더 폴 포그바도 거센 파도가 가라앉듯 잠잠해졌다.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전진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원의 핵심인 포그바의 몸이 무거워지다 보니 맨유의 공수 전환 역시 눈에 띄게 느려졌다. 포그바는 경기력 부진뿐 아니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강력하게 연결되며 이적설을 양산 중이다. 그라운드 안팎으로 팀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솔샤르 감독 전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색깔 없는 뚜렷하지 못한 전술에 상대들이 어느 정도 분석을 완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만의 철학을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 황금기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방식을 무리하게 따라간다는 설명이다.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시즌 중반 좌초되던 위기의 맨유를 다시 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식 감독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솔샤르 감독은 에버턴전 패배 후 침울한 표정으로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맨유라는 이름값에 걸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팀의 리더로서 팬과 모든 관계자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경기력이 너무 나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완패를 인정한 셈이다.

맨유는 다음 라운드에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를 만난다. 더비전이라는 특수성을 떠나서 4위권 추격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다. 솔샤르 감독은 “다음 경기에 완벽히 다른 변화를 주겠다”며 달라진 시스템을 들고나오겠다고 예고했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4경기. 맨유는 그 안에 4위권 안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에버턴전에 이어 맨체스터 더비마저 졸전 끝에 패하면 솔샤르 감독을 향한 비판의 수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