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이 한국 입시 이면에 깔린 부끄럽고 적나라한 욕망을 그렸다면, 지난 5일 첫 전파를 탄 ‘아름다운 세상’(이상 JTBC)은 또 하나의 고질적 사회 문제인 학교 폭력을 응시하고 있다. 이 극을 전면에서 끌어가고 있는 배우 추자현이 촬영 소회와 함께 각오를 전했다.
극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거짓과 은폐, 불신과 폭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이기적 세상의 소용돌이 속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가며 희망을 찾는 얘기다. ‘부활’ ‘마왕’ ‘상어’ ‘발효가족’ ‘기억’ 등 인간에 대한 성찰과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콤비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추자현이 극 중 소화하는 캐릭터는 강인하로 아들 선호(남다름)의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는 인물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 주는 것 말고는 바랄 게 없는 소박한 삶을 즐기던 그는 아들이 추락 사고를 당하며 변모하기 시작한다.
추자현은 강인하 역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주변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엄마 역할이라 책임감과 무게감이 더 많이 실린다. 엄마이기 때문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도 남한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주동적으로 움직이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강인하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의 엄마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추자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어떻게 행동할지 잘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을 하며 살아갈 것이고,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뭘까. ‘행복하자’라는 대사였다고 한다. 그는 “처음으로 ‘행복하자’라는 대사를 들었을 때 너무 슬펐다”며 “그 단어가 주는 먹먹함이 있었다. 또 행복이 인생에서 가진 중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그 말을 가족에게 했을 때 큰 위로와 응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힘겹게 내뱉었다”고 얘기했다.
남편 박무진 역은 박희순이 맡았다. 극 중 고등학교 물리 교사로, 아들의 사고 후 그동안 회피했던 불의와 부딪치며 정의감을 회복하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난다. 추자현은 “무진 역의 박희순 배우를 보면서 많은 감동과 위로, 큰 울림이 있었다”며 “9년 만에 함께 하는 작품을 박희순 배우와 같이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아들·딸로 출연하는 남다름과 김환희에 대해서도 “두 배우가 연기를 잘해 함께 호흡을 맞출 때 너무 긴장된다. 프로다운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 현장에서 흐뭇하다”고 전했다.
추자현은 극의 관전 포인트가 ‘아름다운 세상’이란 제목에 있다고 했다. 그는 “분명히 아름다운 세상은 존재하고, 지금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못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며 “역경이 없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친구와 손잡고 같이 살아가는 인생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추자현은 “강인하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알리기 위해서, 이해하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극이 삶과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였다. 그는 “이 극을 통해 학교 폭력에 놓인 학생과 부모님들을 보고,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들어주지 않은 건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