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RCD 에스파뇰의 재정 상황이 부쩍 나아졌다. 별다른 투자 없이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다.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중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우레이 덕이다.
에스파뇰의 홈구장 RCDE 스타디움은 중국인 관중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구단 용품을 판매하는 MD샵은 연일 대목을 잡았다. 관중석에서는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다. 에스파뇰 구단이 자체적으로 홈구장 곳곳에 중국어 안내판을 깔아 놓을 정도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지난달 FC바르셀로나와의 카탈루냐 더비를 앞두고 리오넬 메시와 우레이를 앞세운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적한 지 한 달 만에 그의 유니폼 1만 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에스파뇰의 연고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에스파뇰을 넘어 프리메라리가 전체가 ‘우레이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우레이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에스파뇰 구단 관계자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수의 중국 거대 기업들과 후원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이 우레이의 초상권을 사기 위해 에스파뇰의 스폰서를 자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4000만명에 이르는 국내 팬들이 에스파뇰의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 역시 국내에서 폭발적인 있기를 끌고 있는 우레이를 앞세운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있다.
마케팅 효과만이 아니다. 우레이는 이제 팀 전력의 확실한 일원이 됐다. 에스파뇰 루비 감독이 그를 핵심으로 기용하고 있다는 정황은 출전시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에스파뇰의 최근 8경기 중 7경기에서 선발자리를 꿰찼다. 우레이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루비 감독의 전술적 선택폭도 넓혀주고 있다. 우레이는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장신의 스트라이커 보르하 이글레시아스와는 다른 스타일로 팀 공격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붙박이 공격수로 활약했던 이글레시아스와 경쟁자가 아닌,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반자 관계로 상생 중이다. 우레이는 최전방뿐 아니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도 나서며 다양한 포지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도 팀에서 입지를 더 넓혀나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에스파뇰 주장을 맡은 하비 로페즈는 지난 7일 지로나와의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우레이의 활약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처음에는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의심을 받았지만, 우레이는 정말 훌륭하게 적응했다. 뛰어난 선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