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게임 셧다운 규제가 2021년까지 이어진다.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해석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
여가부는 지난 1일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고시)’를 발표했다. 심야시간 PC 온라인게임 플레이를 제한하는 ‘청소년 셧다운제’가 2021년 5월 19일까지 유지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가부는 앞서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도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처럼 예고했지만 일단은 ‘보류’에 부쳤다.
현재 여가부는 게임 규제의 칼을 쥐고 있다. 2011년 11월 청소년보호법 제26조(셧다운제) 시행에 따라 2년마다 셧다운제에 포함될 게임을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여가부는 이번 고시에서 셧다운제 적용 제외 게임물로 모바일게임과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비영리 게임물 등을 제시했다.
여가부는 지금껏 셧다운제 전면에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내세워왔다. 올해 초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직접 “학생은 잘 자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의외의 해석이 있다. 셧다운제 대상에 ‘포함될 뻔’ 했던 콘솔기기의 경우 게임을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이 추가되면 셧다운을 하겠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비용이 들지 않는 콘솔게임은 밤을 새워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당초 청소년 수면권을 보장한다고 했던 취지와는 거리가 먼 해석이다. 업계는 이 같은 내용이 사행성 등 게임 규제 범위를 넓히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여가부의 ‘청소년 보호’ 행보는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2018년 청소년 매체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청소년 유해물 차단앱을 이동통신사 가입 단계에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미 청소년은 이동통신사 등이 개발한 유해물 차단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여가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유해물 차단 앱을 스마트폰 기본 앱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모든 학부모가 청소년의 동의 없이 모바일기기 사용을 자유자재로 제약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스마트폰 셧다운제’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진흥과 규제가 이같이 엇박자를 이어갈 경우 국제무대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마침 정부는 전날 관광혁신의 한 축으로 e스포츠를 제시하며 게임 산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e스포츠 덕분에 (외국인이) 우리를 찾기도 한다. 2018년 이곳 인천에서 열린 e스포츠 대회는 2만 6000여개의 전석이 매진되었고, 그중 34%는 외국 관광객이었다”고 언급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음달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등록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WHO가 최종적으로 게임장애(중독)를 질병화하면 이를 바로 받아들일 계획이다”고 공언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게 되면 게임산업은 적잖게 타격을 입는다. 게임 개발에 대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이용자가 게임에 접근하는 환경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정부가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일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 4차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것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과 게이머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문화부 역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